"목회자의 성적 탈선은 교회 전체의 책임" 종합적 대책 필요

[ 교단 ] 장신대 주최, '교회의 사회문화적 책임과 목회자 성윤리 세미나'서 제기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6년 10월 19일(수) 17:26
▲ 지난 18일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열린 '교회의 사회문화적 책임과 목회자 성윤리' 세미나.

분명한 지침 필요, 목회자의 성적 비행 방지에 도움
예방교육, 신학교서부터...현장 목회자도 성윤리 교육 필요


최근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목회자의 성적 일탈 문제가 개인의 책임을 넘어 교회 공동체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지난 18일 열린 장신대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제기됐다.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함께 한국교회의 윤리적 갱신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열린 이날 '교회의 사회문화적 책임과 목회자 성윤리' 세미나는 성폭력피해자 지원기관에 접수된 종교기관내 성폭력의 실태를 비롯해 목회자 성적 탈선 현상과 윤리적 과제 등의 발제를 진행, 목회자 성윤리를 규범적으로 성찰하고 건설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조중신 소장(이화여대대학교회)은 '목회자의 성윤리-종교기관에서의 성폭력을 중심으로'제하의 강연에서 "신자이기 때문에 종교기관 성폭력에 대해 얘기할 때 동요되지 않을 수가 없다"는 말로 말문을 열며, 25년간 상담 현장에 있으면서 접수된 목회자의 성폭력 사건 사례를 들어 심각성을 공유했다.

조 소장은 "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자료에 의하면 1993년부터 2012년까지의 종교별 범죄자 수는 전인구의 18.32%를 차지하는 개신교 신자가 2170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전인구의 22.8%를 차지하는 불교신자(1405건), 전인구의 10.9%를 차지하는 천주교인(522건) 순으로 나타났다"며, "상담현장에 접수된 교회내 성폭력은 대부분 가해자가 성직자(목사, 전도사)이고 피해자가 성도, 하급성직자, 교회 직원인 경우이며, 성직자에 의한 피해는 믿고 의지하고 섬기던 사람에 의한 피해라 친부에 의한 피해 후유증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기복신앙과 성장제일주의가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라도 설교를 잘 하고 교회를 양적으로 성장시키면 '은혜가 많은 목사'라며 목회자 성범죄에 대해 관용적이고 오히려 축소ㆍ은폐, 비호하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로 백광훈 박사(문화선교연구원 원장)는 '성적 탈선과 목회자:그 현상과 목회 윤리적 과제' 제하의 강연에서 기독교윤리적 관점에서 목회자 성적 탈선에 대해 성찰했다.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목회자는 우리 사회에 일반화된 가부장적 성이데올로기와 인식의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 사회전반에 있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왜곡된 인식"이라고 말하는 백 원장은 "사회와 교회의 가부장적 문화는 목회자의 성적 일탈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말하고, "목회자의 성적 일탈의 본질은 자신에게 부여된 힘의 남용"이라고 적시했다.

또한 그는 "미국 장로교 지침서의 경우 '목회자의 성적 비행은 권위와 힘을 이용하여 기독교 윤리상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신뢰관계를 이용해 타인을 수단화한 것이며 사적 쾌락을 위해 학대, 착취, 정의롭지 않은 수단을 사용한 것'이라고 정의한다"고 말하면서 "어떠한 경우이건 목회자와 성도간의 성적인 접촉은 힘의 남용이며, 상황이 어떠하건 목회자에 의해 이뤄지는 성적 행동은 본질적으로 신뢰를 착취한 것이기에 그에게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교회의 자세는 목회자의 성적 탈선에 대한 책임이 교회 전체의 책임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교회가 교역자를 청빙했다면 교회는 교역자가 책임적일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해야 한다. 교회는 목회자의 성적 비행에 공동의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절차적 정의 확보, 청빙과정의 시스템적 보완, 성적 탈선 이후 목회의 복귀 문제 등 사후대책이 필요하며, 제도 개선과 더불어 예방을 위한 교육, 윤리 강령 및 절치 및 법제도 구비와 실천 등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는 경고 사인들을 수시로 체크하고, 가이드라인을 미리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필요에 따라 명문화하여 담임목사를 비롯한 모든 목회자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구비한다면 목회자의 성적 비행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하고, "현재 목회자로서 갖추어야 할 목회 윤리분야, 특히 성윤리 분야의 교육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예방교육은 신학교에서부터 이뤄져야 하며, 신학교를 졸업한 현장 목회자들에게도 성윤리 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를 후원한 청북교회 담임 박재필 목사는 "교회가 거룩한 모습을 회복하지 않거나 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가 잘못되면 이는 시가총액을 따질 수 없는 영적 손실이 따른다. 목회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가 세상의 최상의 윤리보다 앞서야 한국교회를 살린다고 믿는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신학생들이 목회자가 되기 이전부터 훈련되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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