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세상에서 주님 읽기

[ 기독교교육이야기 ]

김용재 목사
2016년 10월 18일(화) 11:12

"목사님, 제가 스스로 인생을 파괴하고 말았어요."
엄청난 일을 겪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 아이가 읊조렸다. "너 무슨 일 있는 거니? 나한테 말해봐!" 아이의 사정은 이랬다. 며칠 전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았다.

한 두 과목 성적이 예상보다 낮았다. 아이는 고민에 빠졌다. '내신이 떨어지겠지? 대입에 차질을 빚겠지? 입사가 쉽지 않을 거야.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없겠지. 넓은 아파트와 큰 차는 물 건너 간 거네…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지? 은퇴 후 생활이 비참해질지도 몰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아이는 지치고 말았다.

전쟁으로 무너진 삶의 터전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몸부림쳤던 조부모들, 그 분들의 희생을 거름삼아 경제 발전과 지식 강국을 일구어온 부모들, 자녀들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를 바라서 조금 매몰차게 몰아붙이긴 했어도 그 바람에 아이들의 마음속에 '성적^성공^행복'이라는 단순하고 텁텁한 공식이 자리잡아버릴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것이다. 선생님을 존경하고, 친구와 우정을 가꾸며, 세상에 대해서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 '나의 행복을 위해 친구를 이겨야한다'는 양육강식에 노출되고 말았다.

성경에는 다윗이 양을 몇 마리 돌보았다는 내용이 없다. 예를 들어서 보통 사람은 양을 1000마리 돌보는데 다윗은 1만 마리 돌보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셨다는 식의 이야기가 성경에는 없다. 대신 다윗이 양 한 마리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 하나님은 아이들의 성적이나 출신 대학을 보시지 않으신다. 아이들이 성실한 태도로 배우고 익히는지를 살피신다. '아이가 선생님의 가르침을 겸손히 경청하는지?' '아이가 책상 위에 펼친 책 한 쪽을 주의 깊게 읽는지?'를 살피신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높은 성적을 얻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에게 어울리는 학습방식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누리며 세상을 바르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사람을 대할 때, 사건을 대할 때, 그리고 사물을 대할 때, 그 안의 진실을 잘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는 마음과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기다리며 도와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고 경외감에 사로잡힌다. 자연 만물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감지하고 압도당한다. 사회의 구조의 기초인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에서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사람들과 당신의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 가시는지를 알게 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만물을 다스리시는 우리 하나님을 경외하는 어른으로 자라난다.


<다세연 대표ㆍ숲속샘터교회 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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