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위한 보험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10월 18일(화) 09:48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암보험, 생명보험, 연금보험, 자동차보험, 해상보험, 화재보험…. 오늘날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살면서 발생하는 웬만한 위험은 모두 보험으로 대비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보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개인이 경력 관리를 잘못해서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대비한 보험은 시장에서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경력보험'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에서 실패할 확률은 성공할 확률보다 더 높다. 첫 직장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경력 관리에 실패할 경우 개인이 겪게 되는 어려움을 고려할 때, 여기에 대비하고자 하는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왜 이런 보험은 없는 것일까? 

보험회사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위험이 발생할 확률, 즉 위험률을 산출할 수 있어야 한다. 보험회사는 사망할 확률, 뇌졸중에 걸릴 확률, 화재가 발생할 확률, 가벼운 자동차 사고가 날 확률 등 다양한 위험률을 계산해서 각종 보험상품을 개발한다. 

그러나 한 개인이 직장 생활에 실패할 확률은 산출하지 못한다. 설령 산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순간 그 위험률은 정확성을 잃게 된다. 

그 이유는 확실히 보장된 것에 대해서는 나태해지는 사람의 속성 때문이다. 
보험을 통해 경력이 보장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은 노력하기를 등한시하게 된다. 자기 개발을 소홀히 하고, 더는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을 것이며, 동료들과도 힘들게 소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직장에서 실패할 확률은 사후적으로 급속히 상승할 것이고, 지급해야하는 보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런 상품을 제공한 보험사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 

즉,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력 실패에 대비한 보험은 자율적인 시장에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신앙생활도 보험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천국에 간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경건 생활에 나태해지는 경우를 종종본다. 나 자신부터 그렇다. 하지만 하늘나라의 면류관은 부단히 주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바울사도는 자신을 스스로 쳐서 복종하게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고전 9:27)

중요한 것은 우리 중에 아무도 미래에 대해서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미래를 일일이 보여주시지 않은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소망 가운데 하루하루를 노력함으로써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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