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총대 할당제'

[ 논단 ]

이영숙 목사
2016년 10월 18일(화) 09:38

이영숙 목사
전국여교역자연합회 회장ㆍ장암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101회 총회를 맞아 여성총대 할당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세월이 유수같이 흘러 여성안수 통과 22년, 여성안수 법제화 21년, 여성안수 시행 20년을 맞이했다. 1996년 여성안수 첫 해에 19명의 여성목사가 탄생했고, 현재 2007명의 여성목사가 배출됐다. 첫 여성 안수자가 나온 이듬해인 1997년, 3명의 첫 여성 장로 총대가 선출됐고, 2000년에는 첫 여성 목사 총대가 선출돼 지난 20년간 여성총대 1% 미만을 유지하다 여성안수 통과 20주년을 맞이하던 2014년에 처음으로 1%대에 진입하게 됐다. 

그 동안 여성 총대들을 살펴보면 여성 목사는 최소 1명, 최대 5명이었다. 여성안수 시행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는 3명의 여성 목사 부노회장이 활동하고 있으며, 여성 총대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목사 11명, 장로 13명, 총 24명이 선출됐다. 오는 가을 정기노회가 끝나면 교단 최초의 여성 노회장도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여성 목사 총대가 지난해 2명이었다가 올해 갑자기 11명으로 증가한 이유를 살펴보면, 5명은 투표로 선출됐지만, 다른 6명 중 한 명은 당연직으로, 5명은 시찰안배로 총대가 됐다. '여성들에 대한 약간의 배려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당연직 총대가 될 정도로 여성들의 영향력이 높아졌다'고도 추측해 본다. 그러나 아직도 24명은 전체 총대 대비 너무 적은 수이다.
노회마다 조금씩 형편은 다르겠지만 여성 목사 총대가 적은 원인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부 남성 목사들은 "여성안수가 시작된지 20년 밖에 안 됐으니 때가 이르다"며, 조용히 기다리라고 한다. 여성 목사들은 안수 전에 남성에 비해 오랜 시간을 담임 또는 전임 전도사로 사역해 온 경우가 많지만 서열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남성만이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사이에 교회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젊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면서 언제부턴가 청년, 청소년,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총회 총대는 교회를 대표해 이 시대의 교회와 사회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연구해 제시하며 실천해야 한다. 또한 총회는 미래를 바라보며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교회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총회는 먼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여성과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데, 필자는 여성 총대 할당제가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제도를 바꾸면 우리의 의식도 빠르게 변화될 것이다.

기장 총회의 경우 이미 몇 년 전에 여성 총대 할당제를 도입했고, 기감 총회도 지난 1월 입법의회에서 여성 총대 15%, 50세 이하 젊은 총대 15% 할당제가 통과돼, 전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모두가 함께 교회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분명 총회는 교단의 미래를 걱정하며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돼야 하며, 여성과 남성이 함께 힘을 모으는 총회가 돼야 한다. 우리 교단도 이제 여성 총대 할당제를 법제화해 위기 극복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교단 여성들은 각 노회가 여성 총대 1인 이상을 선출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는데, 이는 교단의 양성평등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평신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지쳐 있는 교회들에 새로운 활력을 공급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소속 교회들이 사역 현장에서 하나님의 공평한 의와 사랑을 넉넉히 드러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총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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