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주님 눈으로 보기

[ 기독교교육이야기 ]

김용재 목사
2016년 10월 11일(화) 15:53

"목사님, 아이들이 좀 이상해요. 좀 가보셔야겠어요."
해외문화선교여행에 동행한 교사 한 분이 다급하게 말했다. 무대 뒤 대기실로 달려가 보니 한 아이가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눈동자가 돌아가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일그러져가는 얼굴로 "무서워요. 무서워요." 나에게 말했다. 어눌한 발음이 듣기 거북했다.

교사들은 그 아이가 귀신들렸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나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매우 두려워했다. 어떤 아이들은 이 구석 저 구석으로 피해 다니며 울었다. 나중에 들으니 그 귀신이 날아다니다가 자기들에게도 들어올 것 같았다고 했다.

나는 대기실을 둘러보았다. 80명의 아이들이 공연이 진행되는 90분 동안 대기하기에는 비좁았다. 천장 아래 달린 창문은 사람은 커녕 건물이 숨쉬기에도 모자랐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6일 동안의 일정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그러고 보니 아이의 발작은 전형적인 '과호흡 증상'이었다. 응급조치를 취하고 쉬게 하니 아이는 안정을 찾았다. 그 아이는 그 공연의 마지막 순서도 근사하게 함께 했다.
신앙은 신비로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신비로운 부분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다보면 성령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선물하시는 것들 중에서 방언, 통변, 예언, 축귀 등과 같은 체험에 집착한다. 우리가 그러면 아이들도 그런다.

그러다보니 큰 소리로 오래 기도하는 친구, 일어서거나 앞자리로 뛰어나와 열정적으로 찬양하는 친구, 주의 깊게 설교를 경청하는 친구 등을 아이들은 영적인 사람이라고 여긴다.

우리 교회 안에 그런 아이가 몇 명이나 될까? 3%? 그럼 다른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영적인 사람이 아니야.' '나는 하나님과 친밀하지 않아.' '나도 어른이 되면 영적인 사람이 될까?', '그때까지는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영성은 "주님의 시선으로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이 오직 주님의 눈으로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 가득한 시선을 아이들이 감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서 잘 살고 싶다고 다짐하는 아이들. 일상 가운데 자신의 연약함과 악독함 때문에 무너지는 아이들. 그래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다시 일어날 힘이 없어 주저앉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여전히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시선을 감지하고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들을 돕고 싶다면 교사가 먼저 주님의 눈으로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돌에 맞아 죽을 위기에 처한 여인을 구해주시고, 손가락질 당하는 마태를 제자로 불러주시고, 저주받아 죽어가는 강도를 낙원으로 인도하시는 예수님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세연 대표ㆍ숲속샘터교회 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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