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회 총회 참관기/의결 정족수 미달, 중요 안건 차질

[ 기고 ]

한덕순 목사
2016년 10월 11일(화) 15:48

이 땅에 기독교가 들어온지 한 세기를 넘고 다시 새 역사를 이루어갈 제 101회 총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안산제일교회를 찾았을 때 차량들은 구름떼처럼 밀려들기 시작했고 우리는 안내를 받아 지하로 내려가게 됐는데 만차가 되어 안내원의 지도를 받아 계속 내려가다보니 지하 5층까지 내려오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초대교회 시절 성도들이 로마 황제의 핍박을 받아 지하 동굴로 숨어드는 카타콤을 연상케 했고 터키의 데린구유가 떠올랐으며 새삼 고훈 목사님의 창의력과 리더십에 존경심이 일었다.

예배를 드리고 성만찬을 나누고 회무가 시작되었다. 노회의 확장으로 볼 수 있었으나 회무 진행에는 총대들의 소리가 지배적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기가 진행순서를 설명하고 각 분과위원회를 발표할 때 낯선 단어가 귀에 들렸다. '흠석사찰 위원'이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옆에 앉아있는 부노회장에게 물어보니 출석한 사람을 살피는 일이라 했다. 총회에서 왜 이리 어려운 말, 일반사회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낱말을 써서 회중의 이해가 안되는 말을 해야 하는 걸까? 회의진행을 지켜본 결과 흠석위원은 일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정회를 했다가 속회가 시작될 때는 여전히 빈 자리가 많았고 한참 회의가 진행될 때에야 슬금슬금 들어와 자리가 채워졌다. 차라리 각 노회장들을 흠석위원들으로 세워 노회원들을 독려하여 시간을 잘 지키게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흠석위원이란 어려운 말 보다는 좀 쉬운 순수한 우리 말을 찾아 사용함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100회기 회장 채영남목사가 회의를 진행중에 이단사면 선포에 대해 총대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엎질러진 물에 갖가지 오염된 물질이 섞여진 걸 다시 쓸 담은 꼴이 되었으니 그 물을 누가 깨끗하다 하겠는가? 마치 빌라도가 예수를 놓아주려 했으나 군중들이 바라바를 놓아 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과 비슷하게 필자의 눈에 비치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인터콥이 있다. 언젠가 교회에서 성도들과 나들이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시간이 좀 일러서 여기 한 번 들어가보자 하여 갔는데 정문에서는 경비가 저지하였고 한 사람 한 사람 개인별로 신상파악을 다 한 후에 명찰을 만들어주어 목에 걸고 들어갈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지경이었고 계속 무언가 건축하는 중이었으며 외국인들이 많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님의 이름으로 세워진 교회는 아무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인터콥에서는 방문객들을 철저히 단속(?)을 하고 있었으니 일반적인 우리 교회와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우리 성도 모두가 느낀 적이 있었다.

이번 제 101회기 총회에서 특별한 것은 수요일이다. 티셔츠데이로 총대 모두가 부활의 상징인 하얀 티셔츠를 입어 분위기가 환하게 빛났고 이성희 총회장도 양복을 벗고 티셔츠를 입고 회의 진행을 하여 그 날은 모두가 승리의 날인 것처럼 기쁨을 누렸다.

여성위원 김예식 목사가 노회별로 여성총대 1명을 파송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은 강한 벽에 부딪쳤다. 가정도 교회도 여성들의 역할은 크고 중요하지만 총회에서는 아직 그 능력을 인정받기는 이른 것 같다. 여성목사 장로들은 잠잠히 열심히 제자리를 지키며 충성을 하다보면 순조롭게 길이 열려지리라 믿는다. 조급해 하지말고 서두르지말고 다음세대를 위하여 종자를 뿌리는 역할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같다.

안산제일교회에서는 이번 총회를 위해 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훈련시켜 각 부서에 배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곳곳에서 배꼽인사를 하며 갖가지 질문에 미소로 대답하는 모습은 하늘의 천군천사를 방불케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끝날무렵 규치부에서 두 차례나 출석체크를 했지만 정족수가 되지않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TV 뉴스에서 국회의 빈 자리를 보면서 저게 국회인가 많은 실망감을 느끼고 분노하기도 했는데 하나님을 믿는 주의 백성인 총대들도 국회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총회가 끝나기도 전에 집에 가기위해 자리를 뜨는 모습은 볼성사나웠다. 끝까지 남아있는 총대는 불과 몇 명 되지않았다. 총대들이여 부디 시간을 지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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