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리더십 강화, 문제는 부정적 인식 - 대안은 제도적 지원

[ 여전도회 ] 리더십의 성적 불균형 교단 손실로 이어져, 제도적 지원이 검증된 해결책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6년 09월 27일(화) 10:00
   

"조금만 기다리고 배려해 준다면 여성들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1회 총회에는 역대 최대인 24명의 여성 총대가 참석했다. 여성 총대는 안수 허락 20년만인 지난 2014년에 16명이 선출돼 처음 1%를 넘은데 이어, 지난해에 다시 16명을 기록한 후 올해 24명이 선출됨으로써 여성 리더십 강화에 대한 희망적 기대를 갖게 했다.

일단 여성계도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워낙 적은 수에서 증감이 발생하다보니 '내년엔 다시 감소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공존하고 있다. 이미 우리 교단의 양성평등은 세계교회의 기준은 물론, 성평등 지수 하위 국가로 불리는 한국 사회의 기준, 그리고 일부 타교단(여성안수를 허락하고 있는 교단)들의 기준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보다 안정적인 여성 리더십 확보는 이제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닌 교단 전체의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매년 총회마다 여성위원회 등의 청원을 통해 양성평등에 관한 논의가 잠깐 진행되지만, 실제로 목회자를 포함해 기독교인들은 양성평등의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전적으로 양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사회적 조건, 지위, 권리 등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 교단도 양성평등이 충분히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이미 여성에게도 목사와 장로가 될 자격이 동등하게 주어졌으며, 능력과 노력에 따라 동등한 지위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양성평등 노력은 동등한 자격을 부여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유엔 세계여성회의는 1995년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세부 전략으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여성이 사회 모든 주류 영역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형태로 사회 시스템 전반을 전환하는 것'으로, 궁국적인 목적은 어느 곳에서도 성적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는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정책이다. 그리고 여러 나라들이 이 성주류화의 개념을 자국 양성평등 정책의 지향점으로 삼기 시작했다.

우리 총회도 비슷한 시점인 1994년 제79회 총회에서 여성안수를 허락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이런 행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찬반 표차가 89표일 정도로 당시에도 의견이 분분했고 힘든 결정이었지만 총회는 이를 가결했다. 그리고 20여 년이 흘렀다. 

성주류화 정책을 채택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참여와 잠재력을 이끌어 냈으며, 우리 정부도 1998년부터 성주류화를 여성정책의 기조로 삼으면서 중앙행정기관에 속한 400여 위원회의 여성 위원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반면 출발점은 비슷했지만 문만 열어놓고 정책적 지원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우리 총회의 경우 20년 동안 여성 총대 1.6%, 여성 목사 9.8%, 여성 장로 4.4%(제101회 총회 통계위원회 보고 기준)라는 초라한 결과만을 내놓고 있다. 여성안수는 허락됐지만, 실제로 여성들이 리더로서 경험을 쌓고 능력을 발휘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런 리더십의 성적 불균형이 교회의 지나친 남성화, 여성 교인들의 이탈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본보는 이번 총회를 앞두고 101회 총회에 참석하는 여성 총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총 24명의 여성 총대 중 16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의 결과를 살펴보면, '여성이 리더로 활동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을 묻는 질문에 10명이 '목회자와 교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꼽았다. '육아 책임과 직장 생활', '건강이나 체력적인 한계'가 뒤를 이었지만 비율은 높지 않았다. '여성 리더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상황이나 문제 발생시 관계 중심의 세심한 파악 가능'을 택한 총대가 많았으며, 여성 총대 할당제의 이점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한국교회 위기 극복의 밑거름 △총회의 합리적 정책 수립 및 의결에 도움 △여성들의 활동 및 참여 강화에 따른 교회 이탈 감소 △교회 내 여성 지위 향상 순으로 많은 표를 얻었다.

일부 남성들에겐 '여성 할당제'라는 표현이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각 국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성주류화 정책을 살펴보면 '성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법률, 조례, 지침의 개정', '성적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등에 대한 통계자료 생산 및 활용', '성별 접근성을 고려한 사업 방식의 변경', '정책 결정자 및 전달 체계의 개선' 등으로, 대부분 제도적 지원에 속한다. 그리고 이 제도적 지원을 위한 상설 부서를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상례다.

총회가 한 가지 더 감안해야 할 것은 이번 제101회 총회의 여성 총대 평균 연령이 63세(설문 응답자 16명 평균)로 고령인데 비해, 임직 기간은 평균 11년으로 비교적 짧다는 점이다. 여성 총대 확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젊은 여성 목사와 장로를 더 많이 세워야 하고, 교회, 노회, 총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0여 년 전 총대들의 여성안수 결의는 오늘날 △교회 평등 실현의 발판 마련 △약자에게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보장 △발전보다 협력 중시 △선 제도개선을 통한 후 의식변화 추구의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나님의 일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개인, 교회, 교단이 행복해지는 길임을 인정한 것이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이연옥 명예회장은 1975년 9월 20일자 본보 기고에서 양성평등에 대해 "남성이 50%의 역할을 감당하면 나머지 50%를 여성이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 100%의 역량을 발휘해 성숙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여성, 청년, 장애인, 노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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