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용서한 할머니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09월 21일(수) 08:37

독일의 공영방송에서 가장 나이 많은 자동차 딜러를 취재했는데, 주인공은 놀랍게도 84세의 '밤베르 그놀테'라는 할머니였다. 그녀는 독일 북부지역에서 9개의 영업점을 직접 운영하며 딜러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사회자는 인터뷰 중 한참 논란이 되는 사회적 사건에 대해 질문했다. "폭스바겐이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에 대해 속임수를 쓴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조약돌을 하나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저는 이 돌을 교회에서 예배 중에 받은 후 항상 가지고 다닌답니다. 당시 설교 본문은 요한복음 8장 7절이었죠.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이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사회자가 당황하자 할머니는 계속 말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저희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리고 잘못을 수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폭스바겐을 용서하기로 했죠." 

다음날 독일 일간지에는 큼지막하게 기사가 났다. '할머니 딜러, 폭스바겐을 용서하다!'

지혜롭고 용감한 할머니였다.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면서도 진솔한 답변이었다. 무엇보다, 할머니의 신앙이 국민을 감동시켰다. 폭스바겐 경영진의 잘못으로 판매가 급감해 아무 죄 없는 딜러가 모든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며 불평하거나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조용히 용서했다.

폭스바겐은 무엇을 해야 했을까? 배기가스 스캔들의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을 환골탈태시켜야 했다. 각종 벌금과 판매량의 감소로 어려워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회사를 회생시켜야 했다. 그렇게 자신을 용서한 할머니와 같은 딜러들과 소비자에게 보답해야 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폭스바겐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흥청망청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사내 전용 비행기는 10대나 되는데, 그중 최고 기종은 800억 원을 넘는다고 한다. 스캔들의 책임을 져야할 경영진은 고액의 퇴직금을 챙겨 퇴사했다. 한국에서는 서류 조작으로 인해 대다수 차종의 인증이 취소됐다. 영업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여전히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할머니는 성경말씀대로 용서했다. 어쩌면 다른 소비자들도 폭스바겐을 용서할지 모른다. 진정으로 한번 더 기회를 얻기 원한다면 폭스바겐은 용서를 받은자처럼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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