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로교, 정체성을 말하다 (6)보이는 하나님의 은총 '성례전'

[ 특집 ]

김세광 교수
2016년 09월 21일(수) 08:33

김세광 교수
서울장신대학교

한국 장로교의 정체성을 규명하기 위해선 성례전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성례전의 이해는 정체성 규명을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현재 지역교회의 목회 사역을 진단하는 데도 중요하다. 오늘의 성례전 이해와 집례는 개혁교회가 표방해 온 것과 얼마나 일치하는가, 그리고 성례전의 가치를 강조하고 열심히 성례전을 거행하는 타교단, 초교파적 교회들, 새로운 공동체 교회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성례전 집례는 바르고 충분한가?

우선 이 질문에 대해 즉답을 하면, 현재 우리 한국 장로교회의 성례전은 이미 총회 헌법과 예식서에는 개혁교회의 성례전 신학이 적절히 반영돼 있으나, 아직 지역 교회까지 충분히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혁교회에서 성례전은 그리스도와 그의 은혜를 나타내고 그 안에 있는 우리의 도움을 확증하기 위해 하나님이 직접 제정해 주신 거룩한 표요, 은총의 계약에 대한 인치심으로 고백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따른다. 

이 고백서의 핵심은 '하나님의 은총으로서의 성례전'이다. 총회 헌법에서도 성례전은 '은총의 보이는 형태'로 표현했다. 이것과 함께 중요한 설명은 칼뱅의 성례전 이해인데, 그는 성례전을 '하나님의 약속을 보증하는 표지'라고 하면서, 칼뱅의 대적자인 니고데모파의 성례전의 무용론에 대항해 말하기를 "우리들의 신앙의 연약함을 떠받치기 위해 우리들에 대한 하나님의 선의의 약속들을 우리들의 양심에 보증하는 주의 외적인 표"라고 말한다.

개혁교회의 성례전 신학은 세계교회의 교회 일치를 위한 성례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화를 통해 개혁해가는 교회(reforming church)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교회 일치운동의 중심 교단 중 하나로서 우리 한국 장로교회가 지녀야할 성례전 신학을 정리하면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성례전
칼뱅이 성례전을 하나님의 약속의 표지로 정의한 것을 예전적인 관점에서 보면 성례전을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거스틴이 성례전을 '보이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규정하고, 칼 바르트도 성례전을 3중적 하나님 말씀의 하나로 정의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하나님 말씀의 3중적 이해를 기준으로 보면 말씀 중심을 강조하는 한국 장로교회의 현재 모습은 선포된 말씀(설교) 한 차원에만 치우쳐 있다. 세계교회가 지향하고 있는 기록된 말씀(성경)의 봉독도 충분하지 못하지만, 보이는 말씀(성례전)의 집례는 미약한 실정이다. 칼뱅이 기독교강요에서 매주 예배 때마다 성찬 성례전이 집행돼야한다고 힘주어 강조한 이유도 성례전이 하나님의 약속이 있는 표지이자, 하나님의 말씀 자체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성례전 이해는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한 개혁교회 신학을 잘 드러낸다. 성례전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바라볼 때 복음의 의미를 새롭고 실감있게 대할 수 있다. 성례전에서 하나님의 주권은 확실히 표현된다. 하나님의 행위가 우선(primary)이지 사람의 신앙적 경험이나 열심이 우선이 아니다. 예를들면 세례가 세례 되는 것은 세례자의 믿음 때문이 아니라, 세례자를 중생시키시는 하나님의 주권은총 때문이다. 또한 성만찬이 되는 것은 우리의 정서적 경험에 의해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통해 자신을 떼어주시는 그리스도 때문이다. 또한 성례전을 하나님 말씀으로 이해할 때, 선포된 말씀(설교)에서 설교의 성격상 설교자의 주도적 위치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하나님의 주권이 바로 회복될 수 있다. 

#교회의 참된 표지로서 성례전
장로교회에서 성례전 집례는 참된 교회를 결정짓는 중요한 표지 중의 하나다. 이는 스코틀랜드신앙고백서에서 성례전의 올바른 집행은 하나님의 말씀의 참된 설교, 교회의 올바른 권징과 함께 참된 그리스도의 교회의 표지라고 규정한 것이 유래다. 성례전의 올바른 집행에 관해서 미국 장로교회의 헌법은 개혁교회 성례전 신학을 현대교회에 진지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즉, 예수 믿는 이들을 환영하고,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증거하며, 천국 잔치를 대망하면서 오늘 소외되고 굶주린 자들과의 연대를 다짐한다. 참된 교회는 성례전에서 병들고 가난한 자들 향한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의 마음을 몸으로 느끼는 기회가 되도록 행한다. 

#목회와 신앙의 중심으로서 성례전 
성례전은 목사로서는 목사의 핵심 직무에 속하고, 교인으로서는 구원에 이르는 신앙을 확인하는 표시가 된다. 총회 헌법에 의하면 성례전은 목사의 직무 네 가지, 즉 말씀선포, 성례전 거행, 교인 축복, 교인치리 중 가장 고유한 핵심 직무에 속한다. 성례전 집례에 대한 미국장로교회 헌법에 의하면 '세례반과 성찬상에서 집례할 때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의 신비를 해석하며 하나님의 새 창조의 소망을 향해 교인들의 비전을 고양해야 한다'고 돼있다. 다른 한편으로 교인들은 구원에 이르는 신앙의 여정을 성례전으로 확인한다. 세례로 신앙이 시작되어 성찬을 대하면서 신앙이 성장하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인이란 생명은 세례로 태어나서 성찬을 먹으며 자라난다. 목회자들은 자신의 성례전적 직무를 위해서 뿐아니라, 교인들의 신앙 성장을 위해서 성례전적 안목으로 목회적 돌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는 성례전
페루 리마에서 채택된 '세례 성만찬 사역에 관한 문서(BEM)'에서 성례전을 하나님 나라의 예전으로 묘사한 것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서 성례전의 이해, 즉 이 성례는 그리스도 자신이 친히 명하신 것이기에 세상 끝날까지 그의 교회 안에서 계속 집행돼야 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성례전을 하나님 나라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은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에서도 강조돼 있다. 즉 영원한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에다가 생명과 영생을 주신 것처럼 그리스도 예수는 우리가 그의 살을 먹고 그의 피를 마심으로써 우리에게도 동일한 특전을 주셨다. 성례전에 참여한 자는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며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사명을 다진다. 따라서 성례전의 기도는 개인의 구원과 믿음 뿐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포함한다. 세계의 평화, 약자의 인권, 피조 세계의 회복을 위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한다.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 아래 행해지는 성례전에서 참된 장로교회 성도들은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를 대망하며 이 시대와 교회공동체에 주시는 하나님 말씀을 눈으로 보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참된 감사와 송영(doxology)을 하나님께 드리는 성례전에 힘을 다해 참여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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