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종이 울린다

[ 논설위원 칼럼 ]

신 정 목사
2016년 09월 06일(화) 14:07

자명종(自鳴鐘)은 미리 정해놓은 시각이 되면 자동적으로 소리를 내어 알려주는 시계다. 우리나라에는 1631년인 인조 9년에 자명종이 처음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 새벽마다 나를 깨우는 것은 스마트폰 알람이다.

옛날 자명종이나 스마트폰의 알람이나 소리로 시각을 알려 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알람이 울리면 그 소리에 깨어 일어나지만 가끔 몸이 피곤하거나 일에 쫓겨 잠이 너무 부족할 때는 알람이 울려도 계속 잠들어 있을 때가 있다. 소리는 울리는데 듣지 못하는 것이다.

명탐정 코난 '이차원의 저격수'라는 애니메이션에 틴버즈(Teen Buz)라는 고주파 소리 이야기가 나온다. 틴버즈는 영국의 한 보안회사가 10대 청소년들은 들을 수 있지만 난청이 시작되는 20대 이후의 성인들은 8000Hz 이상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는데서 착안하여 쇼핑몰 주위에 어슬렁대는 불량한 청소년들을 쫓아내기 위해 고주파 소리를 사용한데서 시작된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들리는데 누구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 이는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들을 귀가 없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비유의 말씀을 하시고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는 말씀을 자주 사용하셨다. 교회 밖에서는 크게 울리고 있는데 교회 안에서는 듣지 못하는 소리, 성도들에게는 들리는데 교회 지도자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 어린 사무엘은 듣는데 엘리 제사장은 듣지 못하는 소리가 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중요한 순간마다 하신 말씀이 있다. "깨어 있으라!" 십자가 고난을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에도 제자들에게 하신 명령이다.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파수꾼은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파수꾼이 도리어 깊은 잠에 푹 빠져 주님의 자명종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우리가 맞이하게 될 내일의 한국교회는 암울할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최근 계속해서 드러나는 수치스러운 교회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는 교회는 그들을 비난할 기력도 없고, 스스로를 변명할 여력도 없지 않는가? 몇몇 개인의 일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심함이 도를 넘는다. 그 부끄러움들이 큰 울림이 되어 "교회여~ 이래도 계속 잠들어 있을래, 이제는 제발 정신 좀 차리고 깨어나라." 울리는 자명종처럼 가슴을 친다.

엘리 제사장처럼 비대해져 의자에 앉아 흔들거리다 쓰러져 목이 부러져 죽는 비참한 추문들이 들려오는 이 시대에 자명종이 울리고 있다.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고 부끄러움의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주님께로 돌아가야 한다. 커튼을 열어젖히고 밝은 곳으로 나아가자.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자.
하나님 앞에 부끄럽고, 세상을 향해 민망하기 짝이 없는 가슴 철렁한 일들이 계속 들리는 이 때 한국교회가 다시 깨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며, 다시 거룩한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101회 총회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자명종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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