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동은 회개운동

[ 기고 ]

한경호 목사
2016년 08월 30일(화) 16:38

9월 4일은 교단 차원에서 준비하여 결성한 온생명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창립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생명 위기의 시대에 창조신앙 고백의 구체적인 실천과제로 추진된 일이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우리 공동의 일이기에 협동조합이라는 틀로 출범하였다. 

꽤나 빠르게 지나간 한 해이다. 초창기인지라 그만큼 할 일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사업 범위도 전국에 걸쳐 있고, 조직, 사업 방식, 계획과 추진 등이 모두 새로운 방법이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와 긴장 속에서 조금씩 이루어졌다. 조직과 활동의 거점을 개교회로 삼고, 물류는 택배 중심으로, 품목은 쌀과 가 공농산물, 계절농산물 등을 중심으로 전개해 왔으며, 꾸러미사업도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초기의 중요한 과제는 조직과 교육이다. 그리고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원칙과 정신, 그리고 운영방식에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생협을 이끌어가는 의사결정구조의 여러 단위들(이사회, 여러 위원회 등)이 민주적이고 협동적으로 운영해 갈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거기에 병행하여 물류가 함께 따라가야 운영의 건강성을 확보하면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온생명생협은 지난 1년간 이러한 기조위에서 걸어왔다. 가장 중요한 이사회는 매월 정기적으로 빠짐없이 가지면서 생협의 모든 일을 민주적으로 의논하여 집행하고 있다.

경제사업위원회는 매주 회의를 하면서 맡은 바 소임을 헌신적으로 감당하고 있고, 교육위원회는 다양한 방식의 교육자료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회살림위원회는 도시작은교회와 농촌교회를 강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 추진하고 있으며, 기획위원회는 각 위원회 활동을 총괄 조정하고 있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여럿 눈에 띤다. 조직 역량의 미흡으로 조합원의 가입이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물류도 아직 자리를 온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쌀 소비량이 격감하여 수매해 놓은 벼가 많이 남아 큰 애로를 겪었다. 아쉬운 점은 도시교회들의 참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특히 교회와의 관련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생명선교에 대한 목회자들의 인식 부족 등이 그 한 요인일 것이다. 물론 뜻이 있어도 목회 현장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다림의 시간과 꾸준한 인내가 필요함을 느낀다.

생명선교와 운동은 회개운동이다. 경제성장의 열매를 따먹으면서 급속히 성장한 한국교회는 그 이면에서 죽어간 수많은 생명체들에 대한 죄책감이 거의 없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생태계의 파괴에 대한 회개 역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타의 생명과 자연을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대상화시키고 마음대로 유린하는데 동조해온 한국교회는 아직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구속신앙 일변도의 신앙고백, 인간중심적이고 이원론적인 신앙고백이 낳은 결과이다. 만일 이 점을 깨닫는다면 1907년도의 대부흥운동을 역사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신학적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회개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온생명생협은 생명살림이라는 시대적인 소명을 감당해 나가는데 앞장서려고 한다. 도시교회와 농촌교회가 협동적 연대를 통해 생명살림의 사역을 추진함으로써 교인들의 신앙실천의식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의 교회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실추된 교회의 영적인 권위를 회복하는 데에 일조하려고 한다. 많은 교회들이 '생명과 협동'을 중요한 선교적 과제로 수용하여 온생명생협과 함께 생명선교운동 대열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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