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한 선택, 반 GMO

[ NGO칼럼 ]

이진형 목사
2016년 08월 30일(화) 16:36

무더위의 끝자락이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주,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함께 하고 있는 종교환경회의에서는 전라북도 전주와 완주지역에서 2박 3일의 생명평화순례를 가졌다.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의 환경단체들이 모여 있는 종교환경회의에서 전주 완주지역을 이번 순례지로 삼은 이유는 완주혁신도시에 농업진흥청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봄,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윤리위원회와 함께 환경주일 주제를 "생명을 위한 선택, 반 GMO"로 정하고 한국의 유전자조작식품(GMO)의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던 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여러 종류의 유전자조작식품을 연구하고 재배하고 있었고, 특히 농업진흥청에서는 유전자조작으로 만든 벼를 노지에서 재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유전자조작식품은 국내외에서 식품안전성에 관한 논란과 더불어 다국적기업의 종자와 농약 독점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논란, 생태계의 유전적 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농산물 자급 비중이 30%를 밑돌아 대부분의 식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 1위의 유전자조작식품 수입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었데, 거기에 덧붙여 국내산 농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벼까지 유전자조작식품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유전자조작식의 유토피아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많은 시민, 종교, 환경 단체들이 유전자조작식품의 문제들을 인식하고 국민들의 선택권을 위해 유전자조작식품 완전표시제를 요구하고 있었고,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한국교회 안에서도 '탈 GMO 생명살림 기독교연대'가 조직되어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다국적기업과 대기업이 장악해버린 식품업계와 시급하고 절박한 일들이 이어지는 우리 사회에서 유전자조작식품 반대 운동은 아직 그리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싸게 많이 먹을 수 있으면 됐지 뭐가 문제야 라는 경제논리가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질서를 따르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명논리보다 힘이 있기 때문이다.

걷고 또 걸으며 믿었던 농업진흥청으로 배신을 당했다는 지역 농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를 들었고, 걸으면서 식품안전 관계자들의 유전자조작식품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에 밥상 위의 핵발전소와 마찬가지라는 두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5대 종단의 종교인들은 한결같이 유전자조작식품은 생명의 순리를 거스르는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이니, 농업진흥청 유전자조작식품사업단에서 유전자조작식품을 재배를 중단하고, 유전자조작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내어놓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마음을 모으고 각자의 기도를 드렸다.

순례 마지막 밤,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종교인들의 기도 덕분인지 오랜 가뭄으로 애태우던 들판에 단비가 내렸다고 지역 대책위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활짝 웃어준다. 비가 그치고 환하게 개인 마지막 순례길에는  높고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사시사철 때를 따라 돌보시는 하나님의 생명과 화화의 은혜가 이처럼 풍족한데, 이 아름다운 들판에 유전자조작식품이라니요. 이미 주신 것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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