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켜야할 평화

[ 논단 ]

이영숙 목사
2016년 08월 30일(화) 13:40

이영숙 목사
전국여교역자연합회 회장ㆍ장암교회

8월을 생각하면 광복절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혹자는 휴가철을 맞아 어디로 휴가를 떠날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다. 일제의 식민 통치에서 자주 국가로의 독립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용기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우리는 해방을 맞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뿐이었고 민족 간의 이념 대립으로 6.25전쟁을 겪게 됐다. 1953년 휴전한 이래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 있다. 참 마음 아픈 현실이다.

어려운 시절과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이제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필자 역시 직접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여서 전쟁에 대한 지식은 이야기나 책, 아니면 교육을 통해 얻은 정도이다. 그 참상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상상해 짐작 할 수 있을 뿐이지만, 그나마도 잊고 지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살아왔다. 그러다 지난 봄 여교역자들과 함께 파주에 있는 '평화를 품은 집'에 다녀오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며 전쟁이 없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고 '이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를 품은 집'은 작은 박물관으로 평화도서관, 제노사이드역사자료관, 명품소극장, 다락갤러리를 운영하며 평화를 알리고 지키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곳에 가서 듣고, 전시된 사진과 자료를 보면서 필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존재로 돌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제노사이드(Genocide)'란 특정 집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절멸할 목적으로 그 구성원을 학살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집단 학살, 인종 학살이라고도 한다. 인종 또는 부족을 뜻하는 그리스어 '제노스(Genos-)'와 살인을 뜻하는 라틴어 '사이드(-cide)'의 합성어로, 역사 속에서 제노사이드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즉 분리하고 분류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과 나를 구별하고 분리하면서 시작돼 시간이 가면서 수위를 높여 상대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인간을 아무렇게나 대하며 큰 죄책감 없이 무차별 학살을 자행한다.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결과인가? 역사를 통해 전 세계에서 일어났던 제노사이드에는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난징 대학살, 홀로코스트, 캄보디아 킬링필드, 르완다 제노사이드, 우리나라의 제주 4.3사건, 한국전쟁 당시 학살, 5.18민주화운동 등이 있고 지금도 지구 어디선가는 이런 무모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안전 불감증을 가지고 있거나 아픔과 고통이 있었더라도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평화를 품은 집'은 작은 규모였지만 평화가 왜 중요한지, 왜 지켜야하는지, 어린아이 때부터 알게 하려고 교육과 전시를 통해 가르치고 그곳을 방문한 어른들도 다시금 평화를 되새기게 하는 곳이었다.
주님이 이 땅에 오셔서 죽기까지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신 목적은 죄로 인해 불화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해 생명과 평화를 주시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평화의 수호자요 전달자로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하나가 돼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세계 정세가 복잡하고 곳곳에서 테러가 자행되고 있는 이때에 우리나라도 사드 배치 문제로 이야기가 분분한 가운데 있다. 내 자신의 안일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생각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해 상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좁혀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백성이 없는 나라는 없으며 나라 없이 왕도 있을 수 없기에, 지도자는 국민의 생명을 귀히 여기고 국민들은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지도자가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관심 있게 지켜보고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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