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로교, 정체성을 말하다 (3)교직은 평등, 위계는 인정

[ 특집 ]

최윤배 교수
2016년 08월 30일(화) 13:39

최윤배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ㆍ조직신학

보편 교회에 속하는 우리교단의 '대한예수교장로회(the Presbyterian Church of Korea)'라는 명칭이 보여주듯, '장로회(長老會)'(딤전 4:14; 장로의 회, the presbytery, the council of elders)라는 교회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교단은, 좁게 말하면 '장로교회(長老敎會)'에 속하고, 넓게 말하면 '개혁교회(改革敎會)'에 속한다. 장로교회의 정치, 직제, 권징(치리; discipline)은 상호 불가분리의 관계 속에 있어서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번에 '장로교회의 직제'에 대해 먼저 기술하고, 다음호에서 '장로교회의 정치와 권징'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일상적으로 '교회의 직제'(office; 독어-Amt, 네덜란드어-ambt) 또는 '교회의 직분'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만, 교단 헌법은 이것을 '교회의 직원(職員)'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혁교회는 4중직인 '목사, 교사(doctor; 신학대학교의 교수로서의 목사), 장로, 집사'를 주장하고, 장로교회는 크게 장로와 집사라는 직제를 주장하는데, 멜빌(Andrew Melville, 1545~1622)이 주장한 두 장로설을 받아들여 '목사로서의 장로', '치리 장로', '집사'로 세 직분을 구별한다. 우리교단은 미국장로교회의 직제를 모델로 삼으면서도, 직제를 더욱 다양하게 발전시켜 항존직(목사로서의 장로, 치리장로, 집사)과 임시직(전도사, 권사, 전도인, 서리집사)을 구별하고, 목사로서의 장로와 치리 장로만 치리회(당회, 노회, 총회)의 회원이 될 수 있게 제정했다.

직제 유용론(有用論)
기독교 2000년 역사에서 교회의 직제에 대한 다양한 이해가 있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직제 절대론(絶對論)의 입장이다. 직제 절대론의 입장은 로마 (천주)교회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목자와 교사로서 말할 때, 그의 명령과 말은 신앙과 도덕에서 전적으로 무오(無誤)하다. 
여기서 직제는 교회의 본질에 속하고, 교황은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다. 둘째는 직제 무용론(無用論)의 입장이다. 이런 입장은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일부 '파라-처치(para-church)' 운동 속에서 자주 나타난다. 여기서는 '만인제사장직(the priesthood of all believers)'만이 주장되고, 다른 직제는 무용하고, 불필요하기에 전적으로 배제된다. 셋째는 직제 유용론(有用論)의 입장이다. 대부분의 기독교(개신교)가 여기에 해당되지만, 특히 장로교회로서의 우리교단은 여기에 해당된다. 여기서 직제는 교회의 본질에 속하지는 않지만, 교회 본질과 교회 구축과 성장 및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필요하며, 유익한 도구와 수단이 된다.

일반 직제(만인제사장직)와 특별 직제
비록 마틴 루터를 비롯해 종교개혁자 마틴 부처(Martin Bucer)와 칼뱅은 만인제사장직을 강조해 16세기 중세 로마(천주)교회의 직제 절대론을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직제 유용론의 입장에 서서, 일반 직제(만인제사장직)와 함께 특별 직제도 주장했다. 루터의 경우, 어린 아이도 만인제사장직의 관점에서 제사장이 될 수 있지만, 회중 속에서 설교하고, 성례전을 거행하고, 치리하는 것이 모든 신자들에게 허락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명을 받고 훈련받아 그 기능을 수행하기에 합당하게 임직된 직분을 받은 자가 이 일을 시행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판단했다. 칼뱅의 경우 교회의 직제는 교회의 본질(esse ecclesiae)은 아니지만, '좋은 교회(bene esse ecclesiae)'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고도 중요한 수단으로써 일반 직제(만인제사장직)와 함께 교회의 특별 직제에 속하는 4중직(목사, 교사, 장로, 집사)을 주장했다. 우리교단도 모든 교인을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을 믿는 자들'로 정의함으로써, 일반 직제(만인제사장직)를 주장함과 동시에 특별 직제(항존직과 임시직)도 강조하고 있다.

직제 유용론의 입장에서 일반 직제와 특별 직제를 다같이 균형 있게 주장해야 할 한국 장로교회의 일부 목회자들이나 일부 성도들이 일반 직제와 특별 직제를 상호 배타적으로 이해해, 특별 직제만을 인정해 직제 절대론에 빠지는가 하면, 일반 직제만을 주장해 직제 무용론에 빠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직제의 삼위일체론적, 교회론적 기초와 근거
장로교회에서 모든 직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권(Christocracy)과 성령의 통치권(Pneumatocracy) 하에 있어야 한다. 죽었다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도 주님으로서 그의 말씀(성경과 설교 등)과 그의 영(성령)을 통해 모든 직제 안에서 자신의 통치권을 행사하신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대한 자신의 통치권을 어느 누구에게도 양도하신 적이 결코 없다. 그러므로 교회의 직제는 기독론(그리스도론)적 근거와 기초를 가진다. 왜냐하면 그가 항상 교회의 머리이시기 때문이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제 안에서 통치하시고 현재하시고, 현존하시는 방법은 다른 방법이 아니라, 바로 말씀과 성령을 통한 방법이다.

종교개혁과 장로교회 전통 속에서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라는 원리는 항상 절대적이다. 기독교(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교회의 표지는 하나님의 말씀이 올바르게 선포되는 곳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직제는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와 기초를 가진다. 

성령께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직제 속에서 현재케 하시고, 성령께서 말씀을 효과적이게 하시고, 성령께서 직제를 하나님의 은혜의 도구로 사용하셔서 능력 있게 하신다. 우리가 심고, 물을 준 것을 자라나게 하시는 분은 성령 하나님 자신이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교회의 주체이시다. 그리고 직제가 하나님의 은혜의 도구와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직제는 교회론적 근거를 갖는다. 모든 직제는 하나님을 위하여, 하나님의 교회를 위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사용돼야 한다. 모든 신자들과 교회의 모든 직원(항존직과 임시직)과 교회의 모든 치리회(당회, 노회, 총회)는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대리자가 결코 될 수 없고,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통치와 주권과 권위 하에 수단과 도구와 섬김으로 항상 머물러 있어야할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봉사(섬김) 속에 있는 직제
교회의 모든 직제는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됐고, 모든 직분은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한 섬김과 봉사에로 부름 받은 직분이다.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어떤 사람을 직분자로 선출하는 교회나, 하나님으로부터 부름 받고 교회로부터 직분자로 선출된 사람은 그 직분이 하나님과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섬기기 위한 직분임을 철저하게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회의 직제는 교회나 성도들에 대한 지배권이나 군림의 직분이 아니라, 봉사에로 부름 받은 종의 직분이기 때문이다.

본질상 동등성, 기능상 차이성 속에 있는 직제
로마(천주)교회에서는 직제 간에 계층구조적인 서열(hierarchy)이 심각하다. 그러나 종교개혁과 장로교회에서 모든 직제는 본질상 동등성(parity)을 가지며, 기능상 차이성을 보여준다. 동일한 성령께서 주신 각각 다른 은사와 기능에 기초한 직제는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함으로써 하나님과 교회의 각 지체들과 하나님의 나라에 봉사의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상호 균형과 상호 조화 속에 있는 직제
장로교회의 직제는 통일성 속에서의 다양성과, 다양성 속에서의 통일성을 추구해야 한다. 협의회성(collegiality; collegium)과 대표성의 원리에 입각해 구성된 치리회 속에서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직제에 절대적 힘이 주어질 경우, 장로교회는 교황이나 감독교회로 변질될 수 있고, 그 반대로 다양성만 지향될 경우, 교회가 무질서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구속사적 적응성과 개방성 속에 있는 직제
장로교회는 성경적 관점으로부터 직제를 도출해야하는 동시에, 하나님께서 구속사(救贖史) 속에서 성령을 통해 각 교회에게 허락하시는 직제에 대해 항상 개방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66권 정경(正經)이 확정된 이후, 구약의 예언자와 신약의 사도와 본질상 동등한 직제로 이해되는 직제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 마틴 부처와 우리교단이 주장하는 교회의 세 가지 표지(말씀 선포, 두 가지 성례집례, 치리 시행)를 따를 경우, 교회의 본질과 표지를 잘 유지하기 위해 장로교회는 기본적으로 '목양(牧羊)하는' 포괄적 기능 속에 '가르치는' 기능, '다스리는' 기능, '돌보는' 기능을 항상 균형 있게 포함시키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어떤 직분을 통해 이 중요한 기능을 구현할 지에 대한 문제는 성경을 표준으로 구속사적 적응성과 개방성을 가지고 교회가 결정해야할 것이다. 한국 장로교회는 미국 장로교회의 직제를 모델로 삼으면서도, 비(非) 장로교회로부터 또는 성경적 관점으로부터 전도사, 권사, 서리집사 같은 직제를 추가적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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