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묵묵히 성실하게 교육목회 외길, 그녀들의 이야기

[ 교단 ] 교육목회 40년 이희숙 목사와 한 교회 유치부서 30년 근속 이희순 전도사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6년 08월 29일(월) 15:26

그녀들은 예뻤다. 교회에 첫발을 내딛는 유아ㆍ유치부 어린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일을 평생 묵묵히 성실하게 감당하며 교육목회 외길을 걸어왔기에 세월의 더께 속에서도 빛났다.

교회교육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세월인 교육목회 40년의 길을 걸어온 이희숙 목사(62세ㆍ신양교회)와 한 교회 유치부에서만 근속 30년이라는 보기드문 궤적을 남긴 이희순 전도사(52세ㆍ연신교회). 교회교육 사역이 대부분의 남자 교역자들에게는 거쳐가는 자리로, 여자 교역자들에게는 결혼과 출산 등으로 사역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3, 40년을 지속한 그녀들의 교육목회 외길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 기독교교육계의 큰 언니 '이희숙 목사'

▲ 1976년 새문안교회 영아부 사역을 시작으로 미취학 교회교육 40년의 길을 걸어온 이희숙 목사.

1973년 장신대 기교과에 입학해 4학년 재학 중에 새문안교회(당시 고 강신명 목사 시무)의 영아부 사역으로 미취학 교회교육을 담당한 것이 이희숙 목사의 교육목회의 시작이다. "그저 앞만 보고,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다 보니 세월이 유수같이 흘렀다"고 회고하는 이 목사는 영아부, 유아부, 유치부 등 지난 40년간 기독교 유아교육의 최일선 현장에 있었고, 지금도 매주일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와 천진스런 웃음을 만나고 있다.

70년대 후반,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교회교육의 유아ㆍ유치교육 현실은 일반 유아교육에 비해 척박했다. 당시 총회 교육부에서 유치부 전담 책임자와 부서를 신설하였고, 1981년 유치부 교재가 2년 사이클로 처음 발간되었다. 그 중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했던 이 목사는 영유아유치부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부 산하에 둔 영유아지도자협의회의 회장직을 역임할 정도로 영ㆍ유아ㆍ유치 교육의 없어서는 안될 구심점으로 교재집필을 비롯해 각종 강습회 강사로 참여했다.

"제가 40년간 쉬지 않고 교육사역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1981년 교육부 사역을 시작으로 2010년 한국장로교출판사 재직까지 30년을 총회를 섬길 수 있어 가능했다"고 말하고, "나의 나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며, "유아부와 아기학교에서 만나는 아기들이 작은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꼭 감고 기도하는 모습은 하늘에서나 맛볼 수 있는 풍경으로 지금도 아이들 앞에 서면 설레고 떨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신양교회에서 유아부와 아기학교에서 사역 중인 이 목사는 유아세례 부모교육도 담당하고 있는데, 아기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교역자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하다. "부모교육을 마치고 유아세례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고, 신앙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첫 번 예식을 하게 됩니다. 이후 아이들이 교회교육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으로 야긴과 보아스 같이 든든히 서갈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웬만한 담임목사 나이보다 많기에 지금 사역중인 신양교회(이만규 목사 시무)도 15번째 지원서를 낸 끝에 사역을 할 수 있었다. 올해로 6년째 사역중이고, 연말이면 40년 간의 교육목회 사역을 내려놓게 된다. "지금도 여교역자들 사이에서는 '희숙 언니도 한다'가 유행어처럼 번져 있어요(웃음). 교회내 교회교육이 살려면 전문성을 인정해 자리를 보장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 목사는 "후배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에 전력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지역 아이들의 엄마선생님 '이희순 전도사'

▲ 1986년부터 연신교회 교육전도사로 유치부만 30년 근속하며 어린이 선교에 앞장선 이희순 전도사.

영락여자신학교를 다니던 시절 교수님의 소개로 1986년 연신교회(당시 홍신균 목사 시무) 유치부를 담당하게된 후 30년째 한 교회에서 유치부만을 사역한 이희순 전도사는 교회가 소재한 연신내 지역을 다니면서 만나는 젊은이들 청소년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이 유치부에서 가르쳤던 아이들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 동안 한 교회에서 사역을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비만 오면 물이새던 반지하 유치부교실에서 발디딜 틈 없이 180여 명의 어린이들이 모여 예배드리던 기억, 여름성경학교 시작 하루 직전에 둘째를 출산하게 돼 교사들과 함께 펑펑 울었던 기억, 성전을 건축하느라 모일 처소가 없어 자신의 좁은 빌라 집에서 밥을 해먹이며 교사들과 함께 성경학교를 준비하던 기억 등 30년의 세월을 풀어내는 동안 이 전도사의 머릿속엔 당시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금은 웃을 수 있는 행복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제 모교회가 천안중앙교회(당시 이순 목사 시무)에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회를 다녔던 제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30년 동안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희순 전도사는 "30년 동안 가르쳤던 아이들이 교사로. 찬양대원으로 교회 곳곳에서 봉사중인 모습을 보면 말할 수 없이 흐뭇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전도사는 한 교회 오직 교회학교 유치부만 30년 근속한 공로를 기려 지난 17일 총회장 표창이 수여되기도 했다.

"아프거나 무슨 일이 있어 교회를 빠져 본 적이 없다. 30년 간 사역할 수 있는 건강주심이 제일 감사하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교우들이 딸처럼, 가족처럼 걱정해주어 오늘까지 사역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이 상은 내가 받을 상이 아니라 연신교우 모두가 함께 받을 상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희순 전도사의 연신교회 사역 기간은 현재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순창 목사보다 길다. 새로 담임 목회자가 오면 대부분 사역자들이 바뀌게 되는데, 당시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선교원 열고 싶어 했던 이 목사가 이 전도사의 손을 먼저 잡았다. 이순창 목사와 교회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철학, 사회복지학 등을 더 공부할 수 있었고, 14년간 선교원 원감을 맡으며 교회학교 유치부 사역을 병행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아이들만 가르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서원한대로 평생을 그렇게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전도사님!'을 부르며 와서 폭 안길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이희순 전도사는 끝으로 힘주어 말했다. "이산가족을 만난듯,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처럼 사랑해주세요. 아이들에게 진심은 통하니까요"라고.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