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성실로 넘어서는 허들

[ 기독교교육이야기 ]

김용재 목사
2016년 08월 23일(화) 11:33

"목사님, 저 이번 시험 반에서 1등 했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운다. 내 앞에서 우는 아이는 깊은 한 숨을 쉬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어느 대학 의대 교수이고, 어머니는 미대 교수란다.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고위 공직에 종사한 바 있단다. 친인척 어른들이 대부분 그렇단다. 사촌들은 모두 장학금을 받고 외국 유명 대학에 다니고 있단다. 듣다보니 너무 화려한(?) 가문이다.

"너는 반에서 1등 해서 다음에 크면 뭐가 되려고 하니?"
부모는 아이를 진심으로(?) 나무란단다. 반에서 1등하는 청소년이 서울에만 수만 명이고, 대한민국에 넘쳐나기 때문이란다. 아이는 시험을 준비할 때마다 자신이 반에서 1등할 것을 알면서도 우울하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나는 청소년 목회 현장에서 이런 아이들을 상당히 많이 만났다. 우리 주변에는 좋은 성적을 받으면서도 우울한 아이들이 많다.

시험 기간, 수업도 없고 가벼운 가방, 들뜬 발걸음 로데오 거리로 향하는 아이를 만났다.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 시험 기간인데 얼굴이 더 좋아 보인다. "어디 가?", "놀러 가요!", "마음 편히 놀고 주일에 교회에서 만나", "편하지만은 않아요", "뭐? 네가 세상에서 제일 편해 보인다!", "성적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아요".

공부와 시험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땅의 호흡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모와 아이들은 지금 성적이 인생 성공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당장 과목당 성적은 입시, 입사, 결혼, 승진, 육아, 그리고 노후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토마스 스텐리가 이끄는 연구팀은 10년 동안 추적 조사를 통해서 학교성적과 업무능력의 연관성이 거의 없음을 밝혀냈다. 다른 연구팀의 조사에서도 수능 성적과 업무 능력의 연관성이 10~20% 이내임을 밝혀냈다. 

시험이란 교사가 학생이 조금 더 성장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마련하는 배려이다. 아이들은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시험을 치루고, 오답을 정리하고, 성적표를 받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아! 이렇게 공부하니까 결과가 좋구나.' '어! 저렇게 공부하니까 결과가 좋지 않네.'

아이들은 그렇게 자기에게 어울리는 학습 방식을 탐색한다. 성적은 성공의 티켓이 아니다. 성실로 넘어서는 허들이다.

성경은 다윗이 양을 얼마나 많이 돌보았는지 기록하지 않는다. 양 한 마리를 지키기 위해 정성을 다 했음을 기록한다. 하나님께서는 아이들에게 "너 몇 등이니?"라고 물으시기 보다는 "네 앞에 펼친 책을 주의 깊게 읽니?"라고 물으신다.

<다세연 대표ㆍ숲속샘터교회 시무>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