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 보다는 '유연'하게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8월 18일(목) 17:29

"평화로운 세계를 지향하기 위해 필수적인 종교간 대화에서는 서로 열린 자세로 진실하게 대화해야 합니다. 나의 의도를 숨긴 채로 다가가면 상대방은 잠재적 위협으로 느낄 수 있으며, 강압적인 개종을 강요할 경우에는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11~17일 열린 세계선교학회 학술대회에서 회장 미카 베헤캉가스 박사는 기조 강연에서 회의 참석자들이 주제인 '회심'에 대한 타인의 생각이 나의 상식과 이해에서 다를 수 있음을 주지시켰다. 각 대륙에서 판이한 문화, 언어, 종교전통 등의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회심'이라는 단어가 지닌 함의는 그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교회는 현재 선교사 파송 세계 2위의 국가라는 자부심으로, 더 많은 선교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내거는 슬로건은 '한 영혼이라도 더 주님께'라는 선교 참여에 대한 독려나 '선교사 파송이 많아질수록 하나님께 복 받아 부강한 나라가 된다'는 기복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종교간의 대화'나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선교적 열심에 왠지 딴지를 거는 듯한 인상까지 받게 된다.
 
학문에 있어서의 생명은 자유로움이다.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담보되지 않는 분위기에서 학문의 발전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한국교회와 신학계는 유연하기 보다는 경직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근본주의적 풍토가 한국 기독교 내에 아직 팽배하다. 세계선교학회에 참석한 다양한 신학자들의 논의를 들으며 인간이 가진 진리는 파편적 진리이며, 나의 상황과 해석학적 장치를 통한 진리인식이 100% 순수한 진리일 수 없다는 생각은 더욱 확실해진다.
 
20세기 최고의 전도자로 평가받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에게 누군가 인생을 한번 더 살게 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었을 때 그는 전도에 쏟은 열정의 일부를 연구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양에 걸맞는 질적 향상이 이뤄지고, 역동성에 걸맞는 성숙이 있도록 더욱 연구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번 세계선교학회 학술대회가 한국교회에서 선교학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