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 최영아의 건강 이야기/(7)사전의료 의향서 (Ⅲ)

[ 연재 ]

최영아 내과의
2016년 08월 16일(화) 15:57

필자의 진료실에 내원하는 외래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70세 정도다. 평생 자기관리를 잘 하면서 큰 사고 없이 노인이 된 사람들의 질병과 노숙인 요양시설 환자들의 질병을 비교해보면, 노숙인 요양시설 환자들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더 많은 만성질병들로 인해 장애인이 되고, 평생 시설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보험이 있고 자기관리를 잘 해왔던 노년층의 환자들은 대부분 건강한 상태가 좋으며 70~80대에 되면서 만성병들이 하나씩 생겨서 조절하고자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질병양상도 빈익빈 부익부의 양상을 보인다. 가난한 사람들은 의식주가 지속적으로 해결만 되어도 심각해지지 않을 수 있는 병들을 아주 큰 병으로 키우게 되고, 의료처치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까 두려워 뒤늦게 병원을 찾게 된다. 치료가 잘 되지 않을 뿐더러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된다.

이들은 젊은 나이부터 많은 만성병과 외과적 수술들을 오히려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은 양의 투약과 함께 치매도 더 많이 진행된 상태로 남은 인생을 평생 병원과 시설에서 살아가게 된다.

젊었을 때부터 노숙인 요양시설에 살면서 급격히 치매와 정신적 질병들이 반복적으로 악화되고 와상상태가 진행되면서 반복되는 감염병으로 인한 항생제 치료, 기관절개 혹은 위조루수술까지 받고 반복되는 욕창으로 고생하면서 사망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병을 철저히 예방하고 관리하여 웬만한 질병에 노출 없이 말년까지 살아가다가 대개는 스트레스나 영양과잉과 관련이 있는 성인병(만성병, 대사질환)과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병들을 좀 더 늦은 나이에서부터 관리하게 된다.

20년전 필자가 의사 생활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60세가 넘은 사람들에게 암이 진단된 경우 열심히 투병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더 하라고 권유해야 할지, 삶을 정리하라고 해야 할지를 고민했는데 요즘엔 100세 시대여서 상황이 변했다.

80세에 진단받은 암이라도 조기 암인 경우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는 추세이다. 요즘은 암투병을 만성병과 비슷하다는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사고사 또는 말기암의 경우만 아니면 다양한 치료로 인해 사망하지 않고 오랜 시간 삶을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병상에서의 마지막 시간들을 어디서 어떻게 어떤 상태로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준비를 위해서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많은 병들로 인한 합병증인 치매를 최대한 예방할 것인가도 중요하겠지만, 누구에게나 올 수밖에 없는 종말인 말년의 치매와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자세로서 사전의료의향서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인 관심과 준비는 좀 더 넓어지고 깊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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