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영적 자긍심

[ 기독교교육이야기 ]

김용재 목사
2016년 08월 16일(화) 15:55

"수련회에 참석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련회 때마다 설문을 한다. 가장 많은 아이들이 체크하는 항목은 '진로'이다. 수련회 기간 동안 자신의 진로에 대한 하나님의 뜻에 대해서 알고 싶단다. "하나님께서 저를 의사되게 하시려는지 경찰관 되게 하시려는지 알면 방황하지 않고 뭐든지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이들이 방황하지 않겠다는데, 뭐든지 열심히 하겠다는데, 힘을 다해 도와주지 않을 목회자가 어디 있겠는가? 밤이 깊도록 아이 하나씩 붙들고 기도한다. "하나님 얘 뭐 시키실 거예요. 얘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씀 좀 해 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목사님, 저 사회복지사가 될 거예요."

수련회를 마치고 나면 몇몇 아이들이 기도 응답 받았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싱글, 공부도 나름 열심열심, 기특하다. 그런데 두 달 정도 지나면 찾아온다. 시무룩하다. "목사님, 저 사회복지사 안 할래요." "왜?" "공부가 힘들어요" "공부는 원래 힘든 거야." "힘들어도 너무 힘들어요. 하나님의 뜻이 아닌 거 같아요. 다시 기도해 주세요."

순진한 목회자는 그 아이를 붙들고 또 간절히 기도한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 알았다. "하나님의 뜻을 알면 온 힘을 다해 따를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말이다. 아이들은 하나님의 뜻을 알아도 따를 수 있는 힘이 없다. 아이들은 하나님 뜻대로 살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매일 엎드려 우는 것을 배워야 한다. 

아이들이 수련회에 참석할 때마다 '진로'에 대해서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은 직업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 아니다. 70~80% 이상의 대학생이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대해서 회의(?)를 품는데, 직업은 평생 수차례 바뀌는데, 아이들이 변경될 '직업'에 대해 집착(?)하는 것은 잠시라도 자기 내면에 "하나님께서 나를 이런 거 시키실 거야" 같은 확신을 갖고 싶어서다. 자신이 하나님과 굵은 끈으로 연결됐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 끈이라도 붙들어야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어색하게 동거하는 게 힘드니까. 아침마다 교문으로 걸어 들어가는 게 힘드니까. 책을 펴고 읽고 이해하는 게 힘드니까. 시험 성적표를 받아보는 게 힘드니까. 친구들과 쿨 한 척 지내는 게 힘드니까. 예배할 때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게 힘드니까. 내 스타일과 연예인 스타일의 차이를 인정하는 게 힘드니까. 자기 성질 때문에 힘드니까. 고단한 일상을 버틸 수 있도록 뭔가 붙들 것이 필요한 거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영적 자긍심을 불어 넣어주는 거다. 무슨 일을 할지, 누구랑 살지, 어디서 살지 잘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나와 동행하시며 귀한 일을 이루실 것이라는 확신 말이다. 그 확신을 통한 안정감을 근거로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하고 관심 있는 직업군을 살피도록 도와야 한다.

<다세연 대표ㆍ숲속샘터교회 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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