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함께 고민하고 도전

[ 목양칼럼 ]

전규택 목사
2016년 08월 09일(화) 15:05

A집사는 제법 잘 나갔는데 보증을 잘못 서고 동업자에게 속아 힘든 노동일을 하고 있다. B성도는 회사에서 잘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C집사는 하는 일마다 잘 안풀려서 지금은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교회를 섬기는 목사로서 이들을 대할 때마다 무기력함을 느낀다. 담임목사로서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생각해 보고 용돈도 주고 생활비도 지원했지만 웅덩이에 돌집어 넣기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이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목회일까?'에 대한 답이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이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함께 살아갈 길을 고민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선배 목사님께 이 고민을 의논했다. 그분께서는 "목회자의 일이 따로 있고, 성도들이 헤쳐나갈 길이 따로 있으니 가정사는 목회자가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다. 내가 저들의 인생을 책임질 수는 없다. 내가 저들 가정을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옳은 말씀이다. 그래서 하늘을 바라보며 지혜를 구하곤 했다.

필자는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저들과 함께 고민해 보기로 했다. 나는 목사, 환경운동가, 그리고 농부의 일을 겸하는 사람이다. '그래 새로운 도전을 한번 해 보는거야' 결심했다. 새로운 도전은 소위 '333프로젝트'다. 유용한 미생물(E.M)로 저들과 함께 친환경 생태자연순환식 닭키우기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333프로젝트'는 300마리의 닭을 키우면 월 3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으며, 30명 가장에게 이 비법을 전수한다. 한 가정이 하루에 3시간만 일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 프로젝트 목회자들과 선교사들 그리고 실직자들과 조기 은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닭 키우기 연구를 시작한 것은 5년 전 어느 한 선교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선교사님이 닭 키우기를 실패하신 것이었다. 그 현장을 보면서 이렇게 결심했었다. '내가 한번 해보자. 내가 그분들과 함께 고민해 보자.

' 지금까지의 '4無 닭키우기'(무백신, 무항생제, 무호르몬제, 무성장촉진제)는 성공적이었다. 이제 부화한 병아리를 성체 닭으로 키우는데 거의 한 마리도 죽이지 않고 키울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

가능한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는 시기를 2년으로 정하고 비닐하우스 2동을 계약했고, 계사도 완성하고 지금까지 키우던 닭 85마리와 새로운 닭 207마리 총 292마리를 아름다운 계사에 살도록 하였다.

해보기로 마음 먹은 도전을 지금 시작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쉬운 일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대안 마련을 위해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 하늘의 뜻과 지혜를 구하며, 최선을 다해야 하기에 쉬운 일도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으리란 확신도 생긴다.

은사이신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전 목사, 세상에 어디 쉬운 일이 있더란 말인가?" 오늘따라 그분의 말씀이 양약처럼 느껴진다. 맞다. 내가 살아왔던 이 세상에 어디 쉬운 일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선포가 강단에서가 아닌 내 목회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시작하기로 했다. 목회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하는 것이기에 각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랑의 유통은 목회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되새겨 본다.

필자는 사람을 유난히 좋아한다. 만나서 핸드드립 커피를 함께 마시며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너무 달라진 세상에서 그에 따른 목회의 환경도 너무 다르게 변하였기에 이런 가운데 어떻게 목회하는 것이 왕도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목회 잘하려 하기 보다 내 힘을 빼고 성실하게 뚜벅이 목회자로 최선을 다하고 살자. 나 혼자 하려고 발버둥치기보다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진솔한 목회를 한번 해 보자고 다짐하면서 하늘을 향해 큰 소리하면서 한번 웃어본다.

 

전규택 목사
아름다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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