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랑, 정직하게 부르다 가고 싶어"

[ 문화 ] 예술목회연구원, 지난달 21일, 예술목회특강서 하덕규 목사 초청 토크콘서트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8월 08일(월) 17:04
   
 

'가시나무', '사랑일기','자유' 등 자기성찰적인 아름다운 노랫말과 진정성 있는 음색으로 1980~90년대 크리스찬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까지 신앙적 울림을 주었던 가수 하덕규 교수(백석예술대)가 오랜만에 예술을 사랑하는 기독교인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예술목회연구원(원장:손원영)이 지난 21일 돈암그리스도의교회에서 개최한 예술목회특강의 강사로 참여해 '기독교 대중음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 토크콘서트 형태로 진행된 이날 예술목회특강에서 하 교수는 자신의 대표곡과 찬송가 등을 부르며,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그 속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하 교수는 현재 대학에서 기독교 음악을 가르치면서 얼마 전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첫 곡으로 '사랑일기'를 부른 하 교수는 "35년간 활동을 하면서 원래 내가 부른 노래는 안들었었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최근 처음부터 모든 곡을 들어보았다"며 "노래란 삶의 산물이라는 생각하는데 내 노래 안에 주님의 섭리가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최고 히트곡 '가시나무'에 대해 "작곡가들에게는 마치 하늘에서 그 곡이 뚝 떨어진 느낌의 노래가 있다"며 "1988년에 10여 분만에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노래가 지금까지도 대중가요사에서 최고의 자기성찰적 노래로 사랑을 받고 있는데에는 당시의 시대배경과 개인적인 상황이 맞물린 가운데 하나님께서 영감을 주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1988년은 내가 예수 믿은지 2년정도 되었을 때였어요. 군사정권이 연장된 시기였습니다. 마음에 울분이 있었어요. 당시 저는 대중가요 음반을 한장 내고 가요계를 은퇴하려고 했습니다. 현실을 비판하고, 정치적 뉘앙스가 가득한 운동가를 만들기 시작해 곡을 만들었고 녹음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하나님께 기도할 때 주신 메시지는 '네 손에 든 돌을 내려놓아라'였어요. 레코드 회사에서 몇 천 만원의 돈이 들어가고 레코딩도 끝나가고 있는 상태였지요. 사실 그때는 현실참여로 세상의 불의를 지적하고 싶기도 했지만 내 속의 죄성을 바라보던 시기이기도 했지요. 극과 극이 교차하던 시기 하나님은 남을 비판하고 그것을 정의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의 방향을 자기 성찰의 방향으로 돌려놓으셨습니다. 그 무렵 새벽기도 갔다 와서 무력감 속에 있는데 그날 제 속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내 안의 죄안의 가시들, 뼛속까지 추하고 이기적이고, 내 성취를 향해 가려하고 있는 내 속의 자아들을 보게 됐지요. 내 속에 우거진 가시나무숲을 보게 된거죠. 제 방의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한숨에 부르게 됐습니다."
 
레코딩을 마친 후 음반에 대한 기대도 없어 홍보도 전혀 하지 않은채 집에서만 몇달을 지낸 후 입소문만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라디오 PD들이 자기 돈으로 음반을 사서 방송에 내보낼 정도로 이 곡은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곡 중 하나로 가요사에 자리매김하게 된 것. 이후 그는 대중가요계를 떠났고, 최덕신, 송정미, 최인혁 등 CCM 가수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음반에 세션으로 참여하고, 한국 최초의 CCM음악프로그램 DJ가 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신앙을 또 한차례 변화시킨 5년 반 전의 위암 판정을 받은 경험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병원에서 암판정을 받고 나니 암담했습니다. 44살이었는데 막내가 10살이었죠. 그날 저녁 어둑어둑해진 때였어요. 인생의 절벽 앞에서 갑자기 두 가지의 질문이 떠올랐어요. 첫번째는 '그동안 네가 하나님을 정말 사랑했니?', 그리고 두번째는 '너에게 붙여주신 사람을 정말 사랑했니?'라는 질문이었죠. 평상시 같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는데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에는 정직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더군요. 이 질문에 부끄럽지만 답을 못했습니다. 하나님께 헌신했었지만 저는 하나님이 아닌 하나님의 것들을 너무 사랑하고 있었어요. 사역할 때는 하나님께 'I love you(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하고 있었는데 사실 'I love yours(당신의 것을 사랑합니다)'였더라구요. 순간 난생 처음 느낀 공포가 밀려왔어요. 죽는 게 두려운게 아니라 이대로 하나님 앞에 선다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었어요. 하나님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분으로 너무 오래 착각하고 살았구나 깨닫게 됐죠. 수술로 위를 거의 잘라내고 힘들었지만 기쁘게 지냈습니다. 이 인생 여정의 의미를 알았거든요."
 
그는 자신의 노랫말이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는 "시인들을 흠모하고 문학적인 가사를 쓰려고 노력했었다"며 "어린 시절 카페에서 노래를 부를 때 제 노래가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 컴플렉스를 가사의 깊이로 극복하려는 마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수를 믿은 후 특히 이해인 수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암수술 이후 나는 아무런 욕심이 없어졌다. 대중가요 가수, CCM 사역자, 교수, 목사로서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을 뿐"이라며 "그저 하나님을 정직하게 노래하면서 살다 가고 싶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예배는 쇼가 아니라 나를 바치는 것"
현대 예배 음악, 세련됨만 추구하는 경향 비판

하덕규 교수는 이날 예술목회연구원의 예술목회특강에서 기독교 음악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최근 CCM과 예배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 시대의 예배 사역자는 한편의 잘 완성된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는 것 같다"며 "소비주의 물결 속에서 예배를 소비하는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교회에서의 예배는 소수의 한사람이 끌고 가는 예배가 아니라 성령에 의해 모두가 동참하는 예배였다"며 "극장식의 예배가 계속되면 쇼도 예배라고 하게 된다. 한국교회가 이렇게 약하고, 삶이 뒷받침 되지 않는 것도 전체를 바치는 예배자로서의 예배를 드리지 않고, 문화적 세련됨만을 추구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기 때문 아닐까 반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CCM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CCM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주어가 '나'인 곡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하 교수는 "최근의 CCM 곡들이 '나' 위주의 가사가 많다"며 "예술의 주제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데 하나님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신앙의 세태가 반영된 것 같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러한 CCM에 반해 찬송가는 우리 선조들이 믿음을 지키며 피와 땀을 흘린 이들이 불렀던 곡으로 요즘의 CCM과는 달리 주어가 하나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찬송가를 많이 권한다"고 말했다.
 
"힙합이나 헤비메탈, EDM 등의 음악이 예배 음악이 될 수 있는가"라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서는 "음악장르는 하나의 패션이고 젊은이들은 그 음악이 편하다"며 "모든 음악이 찬양이 될 수는 있지만 찬양은 회중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방법임으로 이런 종류의 음악은 모든 연령층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예배에서의 찬양으로서 보다는 그 문화권에 있는 이들에게 복음으로 소통하는데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장신대 유해룡 교수님이 '요즘 한국교회 예배는 묵상을 할 수 있는 여백이 없다'는 지적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한 하 교수는 "찬양인도자는 가수가 아니고 회중의 마음을 인도해 하나님께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기독교 음악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대화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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