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선진국에서 강국으로

[ 논단 ]

강동수 목사
2016년 07월 26일(화) 16:33

강동수 목사
동신교회 은퇴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우리나라를 '유례 없는 경제적 기적을 이룬 괴물의 나라'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제 한국은 각종 산업, 문화, 관광산업뿐만 아니라 언론, 인권, 자유, 복지, 민주주의 선진국이 됐다. 도움을 받던 나라가 도움을 주는 나라, 유엔 회원국으로서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런데 선교 130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는 세계교회 앞에 얼마나 선진화가 됐는가? 한국교회는 뼈아픈 시절을 지나면서도 2000년 기독교 역사 이래 큰 선교적 부흥이 일어난 나라다. 한국교회는 복음을 받았던 초기부터 선교정신이 특별했다. 1907년 조직된 독노회는 장신대 제1회 졸업생 7명 중 한 분을 선교사로 파송했다. 1912년 조선예수교장로회 제1회 창립 총회 때부터 해외선교를 결의했다. 한국교회는 역경을 딛고 성장했다. 국내외 선교를 병행하는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오늘에 이르러 현재 우리 교단에서만 세계 90개국에 750가정 1420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선교 제2의 국가가 된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현황은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선교 선진국에서 세계선교 강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다.

자라나기도 전에 늙어가는 교회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선교 강국이 되기 위한 구도에는 선교의 세 기둥이 있다. 그것을 선교사, 선교 현지, 그리고 선교 후원기관을 의미하는 '3M'이라고 한다. 우선은 선교사 자신이 기독교 복음의 알찬 씨가 돼야 한다. 어느 신학자는 "선교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그 자체이다"라고 했다. 선교사 자신이 복음의 씨가 되고 거기에 말씀이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교사는 하나님 앞에 그리고 사람 앞에 더 나아가서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선교 현지와의 관계이다. 이교도 지역에 복음의 씨를 뿌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교사 자신이 현지 사람들보다 우월감을 가져서도 안 되며, 그들을 무시하거나 그들의 문화나 전통을 경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현지에서 선교사가 사랑과 존경을 받고 하나님을 보기 전에 선교사 자신에게 내재하신 하나님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선교 후원단체 즉 교회나 선교기관의 문제이다. 선교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교회의 규모에 관계없이 선교에 최선을 다해 참여해야 할 것이다. 초대 교회가 그러했고, 우리 한국교회가 그 역사적 초기에 그렇게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단에서 해외선교에 참여하는 교회는 전체의 20% 정도라고 한다. 교단 8700여 교회에서 1800여 교회 만이 해외선교를 하는 셈이다. 물론 선교단체도 많고 선교하는 기업체도 적지 않으니 감사한 일이다. 선교단체와 교회가 꼭 기억하기를 바라는 것은 선교사에 대한 관심과 기도이다. 선교사들은 후원교회의 기도소리를 듣고 살며 거기에 힘과 용기를 얻는다. 

여러 선교사들이 항상 마음에 두고 기도하는 일이 있다. 우선은 그의 자녀들의 교육 문제이다. 자녀들을 현지에 있는 국제학교에 보내려면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고, 그렇다고 현지 주민들의 학교에 보내려고 하면 교육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선교사들의 기도 중 하나는 그들의 노후 보장 문제이다. 신학교 동기들은 고국에서 목회할 때 여러가지를 보장 받는다. 그러나 선교사에게는 그같은 보장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하나 중요한 선교사들의 갈등은 신학과 영성의 문제이다. 세계가 눈부시게 변하면서 신학도 발전하고 변한다. 그러나 선교사는 파송 당시에 가졌던 신학적 소양까지도 먼지가 앉고 녹이 슬어 있다. 또한 영성이 힘을 잃고 동료 목회자들 사이에서 낙오자가 된 듯한 갈등도 느낀다. 고국에서는 도전받을 기회가 많다. 기도원도 세미나도 신학강좌도 있고 참여할 기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오지에서는 모든 것이 그림의 떡이요 상상 속의 양식이다. 

기독교 선교 강국에서는 은퇴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쉼터도 만들고 은퇴 후에 머물 아파트도 제공한다. 그리고 보장된 연금제도를 통해 은퇴 후를 책임져 주기 때문에 마음껏 선교하고 봉사할 수 있다. 우리 교단에서도 선교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선교사들의 모임(귀국선교사회)이 있다. 이들 나름대로 애를 쓰고 또 선교사들의 자녀 교육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나 그 힘은 지극히 미약하다. 선교 선진국을 넘어 선교 강국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같은 선진적 헌신과 높은 지도력을 총회나 노회적으로 그리고 귀교회 중심보다 교단 차원에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도 세계 오지의 선교 일선에서 뛰고 있는 선교사들에게 용기, 기쁨, 희망을 실어나르는 총회, 노회, 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