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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교육이야기 ] 김용재목사의 1318나눔톡

김용재 목사
2016년 07월 26일(화) 15:34

"선생님, 이번 수련회에서 저 은혜 받았어요." "목사님, 오늘 예배에서 은혜 받은 거 같아요."

종종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대견하다. 그리고 아직도 받은 은혜를 헤아리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아이가 은혜가 뭔지 알고 하는 말인가?'라고 생각도 한다. 한 술 더 떠서 "목사님, 저 요즘에 은혜가 떨어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줍지 그러냐?", "좀 주어 줄까?"라고 말할 수 없으니, 그저 머뭇머뭇 거린다.

선생님들께 내 속내를 말한다. 선생님들도 나와 비슷하단다. 하지만 아이들이 말하지 않아도 '저 아이는 요즘 은혜를 누리는 것 같네.' 혹은 '저 아이는 요즘 은혜를 누리지 못하는 것 같네'라고 느껴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신다. 역시 우리 선생님들이시네, 살펴보니 내게도 보인다.

은혜를 받았다고 스스로 말하거나, 은혜를 누리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정서적인 특징이 있다. 은혜가 떨어졌다고 스스로 말하거나, 은혜를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정서적인 특징이 있다. 

전자의 세 가지 공통점은 첫째, 하나님께서 자기 코앞에 계시다고 느낀다. 괜히 그렇게 느낀다. 구체적인 이유는 대지 못한다. 둘째, 자기가 참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느낀다. 괜히 그렇게 여긴다.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이유는 없다. 셋째, 대체로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다고 느낀다. 어려움이 있어도 웬만하면 감당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괜히 그렇다. 또 이유는 없다. 그래서 "은혜 받았다"고 하는 아이들이 갖는 정서를 한 마디로 하면 "살 맛 난다"이다.

후자의 세 가지 공통점은 첫째, 하나님이 멀리 떨어져 계시다고 느낀다. 그냥 그렇게 느낀다. 구체적인 이유는 없다. 둘째, 자기 자신이 소중하지 않고 무가치하게 여겨진다. 그냥 그렇게 여겨진다. 셋째, 모든 일이 다 꼬일 것 같이 느껴진다. 그냥 그렇게 느껴진다. 구체적인 이유는 없다. 그러니 "은혜가 떨어졌다(?)"라고 하는 아이들의 정서를 한 마디로 하면 '죽을 맛'이다.

아이들은 '살 맛 난다!'고 느끼다가 곧 '죽을 맛이다'라고 느낀다. 또 '죽을 맛이다'라고 말하다가 곧 '살 맛 난다!'라고 말한다.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이런 느낌과 말을 반복된다. 아니 수십 번씩, 수백 번씩 반복된다. 아이들이 얼빠진 표정으로 그렇게 앉아 있는 이유도 전문가들이 아이들에게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는 사람들'이란 별명을 붙여 준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아이들의 삶의 자리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다음 주부터 그 삶의 자리로 들어가 보자.
<다세연 대표ㆍ숲속샘터교회 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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