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을에 세워진 초등학교

[ 땅끝에서온편지 ] <8> 도움이 필요한 포콧 부족

김옥실선교사
2016년 07월 21일(목) 10:29

바링고 카바넷에서 자동차로 약 40분동안 산비탈을 타고 내려가면 가난한 동네 마리갓에 이른다. 손님을 기다리는 마타투(봉고버스)정류장 주변으로 토마토와 양파 그리고 바나나와 파파야를 파는 길거리 아줌마 상들이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이곳에서 포콧부족에게 가려면 비 포장도로의 하얀 먼지가 날리는 흙길을 한참 달리다가 또 돌과 모랫길을 거쳐 약 2시간 달려야 동부 포콧 부족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지마을 체모릴 원 초등학교에 다다를 수 있었다.
 
최근에 포콧부족을 통과하는 입구지역 노룩에서 남부수단까지 연결되는 신 고속도로가 생겼다. 게다가 일부지역에는 전봇대가 세워져 포콧부족마을 사람들이 노래와 춤으로 기쁨의 축제를 가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 이 마을에도 문명의 통로가 열리고 있는 것인가? 어쩌면 이들은 케냐 내에서도 소외된 부족민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곳 이 사람들에게 변화의 물결이 서서히 일고 있는 것이다. 가축에만 의존하며 생활하고 있는 이곳 포콧부족 유목민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이란 과연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물음을 갖곤 했다. 그들은 우리의 일반 상식을 초월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이 없으니 동물들을 위해 모아놓은 빗물 웅덩이에서의 노란 흙탕물을 사람들도 함께 공유하며 이용하고 있다. 막대기와 풀, 가죽, 천으로 둘러진 집에서 염소, 낙타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체모릴 원 초등학교는 이 지역에 유일하게 세워진 건축물이다. 학생들을 가리키는 학교라기보다는 커뮤니티 센터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함이 더 합당할지도 모른다. 이 지역에 어린 아이들을 위해 학교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2008년도에 교실을 짓기 시작했다. 아직 마무리가 안 되었지만 교실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8학년까지 330여 명의 남녀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 하루에 점심 한 끼를 제공한 것이 아이들을 학교에 오게 하는 충분한 이유일까? 이들은 오랫동안 교육받기를 거부하고 오직 가축들에만 관심이 있어 왔다. 가축 때문에 이웃 투루카나 부족과도 서로 싸우고 다투며 죽이기도 하며 살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조금씩 교육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 내지는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도 10명의 아이들 중 두 세명만 학교로 보내지고 나머지는 가축을 길러 가족부양에 일생을 보내고 있다. 교육을 받지 않은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13살이 되면 시집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일부다처체와 여성할례를 전통적으로 행하고 있는 미전도지역 포콧부족 마을에 하나님의 사랑이 깃들게 됨이 너무나 감사하다.

김옥실
총회 파송 케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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