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의 비애

[ 기자수첩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6년 07월 19일(화) 16:04

지난 14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주최한 '여성혐오에 대한 기독교의 반성' 포럼에 참석한 기자는 기독교의 뿌리깊은 여성차별 역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회에 넓게 퍼져 있는 여성혐오적 인식에 충격을 받았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차별은 '과거의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아직도 많은 영역에서 답습되고 있으며, '여성은 어때야 한다'라는 남성들의 가치관과 시선에 갇혀버린 여성들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숨이 막힌다.
 
'혐오'란 단어가 주는 강한 느낌에 비해 혐오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일상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을 공감해주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것, 기득권이 자신의 것을 양보하거나 나누지 않는 것,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막는 것 등이 바로 혐오인 것이다.
 
얼마전 한 정당의 성교육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희롱예방교육이 끝난 후 결론적으로 "성희롱 피해자는 참는 게 미덕"이라고 답한 당 지도층의 엉뚱한 답변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는 것을 보며 대한민국의 양성평등 의식의 점수는 여전히 최하점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사회보다도 더 낙제 점수를 받고 있는 한국교회의 양성평등 의식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혐오란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규정하는 것, 배제시키는 것, 변화가 아닌 도태를 강요하는것, 다름에 대한 거부라는 우리의 손에 쥐어져 있는 평범한 칼이다.
 
"아직도 여 장로가 없는 교회가 수두룩하다"는 사실만 봐도 한국교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배제되어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없는 자리에 머물러 있다. '여성'이라는 추상명사에 갇혀 있는 한국의 여성들이 입체적인 한 인간으로 인식되려면, 남성들의 시선변화가 중요하다.
 
한국교회의 '여성혐오'가 하루속히 뿌리 뽑혀 더 건강하고, 더 즐거운 교회,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는 교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 세상에 혐오의 대상이 되기에 마땅한 존재는 없다"라는 한 발제자의 발언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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