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갈라파고스의 비극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6년 07월 13일(수) 10:51

130여 년 전 이 땅에 복음이 들어와 1907년 회개와 각성을 통한 대부흥운동으로 한국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종교로 자리매김합니다. 1919년 3ㆍ1 독립만세를 주도적으로 이끈 것도 한국교회 지도자였고 임시정부활동을 통한 독립운동,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제헌국회를 주도한 인물들도 한국교회 지도자들이었습니다. 이후 민주화 운동, 남북교류 및 통일운동까지도 한국교회가 주도적으로 이끌며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했습니다.

한국교회는 1960~70년대 부흥사들을 통한 성령운동, 1980~90년대는 제자훈련, 2000년 이후는 문화사역운동을 통해 부흥의 불길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한편으론 한국교회에 교회성장학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세상의 경영기법이 교회 행정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성장을 위해선 통과의례처럼 교회건축을 시작했으며 전도폭발(?)과 같은 전투적 용어를 사용하며 선물공세로 호객행위와 다름없는 일들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인본주의, 물질주의, 쾌락주의, 이기주의 등 세상의 모든 것들이 교회 안에서 흥왕하게 되었습니다. 소위 '비즈니스 처치(bussiness church)'가 득세하게 된 것이죠.

그러나 IMF를 겪으며 이런 '비즈니스 처치'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구성원들이 함께 기도하고 뜻을 모아 헌금으로 교회 건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짓고 보자' 식의 무분별한 은행 대출을 통해 대형 성전을 건축한 교회들은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교회가 경매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심지어 이단들에게 팔리는 수모를 겪기도 합니다.

뒤늦게 세속주의 교회경영에 회의를 느끼고 다음세대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가 절반에 이르고 있는데다가 더욱이 베이비부머 시대의 주축인 7080세대들이 대거 은퇴하기 시작하고 청년실업이 증가하면서 현재 한국교회는 교회 재정의 원천인 십일조가 현격히 줄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교회의 진짜 문제는 말씀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말씀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21세기 한국교회는 말씀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경제학에 '갈라파고스의 비극'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갈라파고스는 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960킬로미터 떨어져 고립돼있는 19개의 작은 섬입니다. 1990년대 일본의 전자산업이 내수시장에만 주력해 세계시장에서 고립되자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됐는데, 기술과 서비스를 세계시장 요구에 맞추지 못하면 세계시장은 물론 내수시장마저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는 다각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종교개혁(Reformation)이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지도자의 영성과 윤리성을 회복하는 것, 삶의 전 영역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실천하는 일 등 한국교회는 말씀을 통해 회복해야할 것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단지 알고만 있고 실천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것은 결국 갈라파고스의 비극과 같은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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