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째 하나님이 뭔가요?" 어려운 교회용어, 초신자들에겐 '유리 장벽'

[ 교계 ] 1900년대 초반 번역된 예스러운 성경도 난관, 아는 사람만 아는 내용의 전도지는 수평이동 방조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6년 07월 11일(월) 14:55

결혼한 뒤 남편을 따라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한 이 모 씨는 최근 교회에서 '삼일째 하나님'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일째 하나님'도 있나 의아해 하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잘못 들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웃고 말았다.

이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위일체라는 말이 평소 쓰는 말도 아니고... 저 같은 초신자들이 바로 알아듣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보혈의 경우에도 '보열'로 잘못 들어 한동안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하기도 했었다"고 '불가피한 난청'의 고충을 토로했다.

지상파 방송국의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 씨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전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듣는 귀가 밝다고 생각해 왔는데 아무래도 낯선 한자어로 되어있는 교회 용어들이 교회에 처음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높은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이같은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만큼 교회에서 통용되는 '교회 용어'들이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더욱이 교인들만 사용하는 용어들이 초신자들에게 큰 이질감을 주고 있어 신앙생활을 시작하는데 '유리 장벽'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신자를 교육할 때 교리교육부터 접근하기 보다는 교회의 분위기와 정서를 친절하게 소개해 주는 오리엔테이션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장로회신학대 성석환 교수(기독교와 문화)는 "초신자들은 기존 교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외된다고 느끼기 쉽고 이를 폭력적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결국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면서, "교리교육부터 시작하는 초신자 교육의 전통이 변해야 하는데 이들이 교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는 데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초신자들을 위한 쉬운 교회용어 설명서 등과 같은 가이드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회 용어가 초신자들에게 낯선 이유는 성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성경은 1998년 번역된 개역개정판이지만 이 성경의 뿌리는 1911년 번역된 구역(舊易)으로 용어나 표현의 곳곳에서 1900년대 초반의 예스러움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쉬운성경도 있다. 대한성서공회가 1993년 번역한 표준새번역을 비롯해서 몇몇 출판사가 펴낸 현대어성경 등이 있지만 일부 교회들이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준이어서 보편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한편 교회의 어려운 용어가 초신자의 교회 정착을 어렵게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수평이동을 방조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도지에 씌여진 문구만 봐도 기존 신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들로 가득하다. '여러분을 교회로 초대합니다'와 같은 일반적인 안내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영생복락 얻는 기회가 되시길 축원하옵나이다'처럼 교인들이나 이해할 법한 어려운 말들이 가득 담긴 전도지는 마치 옆 교회 교인들 보라고 만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목회사회학)는 "교인들만의 '방언'이 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때 같은 사회 안에서 우리의 설자리를 잃어버리게 하는 결과를 낳게 할 수도 있다"면서, "전통을 유지하는 것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용어를 쉽게 만들어 가는 것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러한 일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한국교회의 기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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