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 지금이 그 때

[ 기독교교육이야기 ] 1/김용재 목사의 1318나눔talk

김용재 목사
2016년 06월 30일(목) 10:17

부지런한 교사는 10월 중순, 일반적인 교사는 11월 중순, 게으른 교사는 12월 중순 즈음 나의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기어들어갈 데가 더 이상 없을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목사님 저 내년에 교사 못해요." 내가 여쭙는다. "무슨 사정이 있으세요?" 그럼 거의 이렇게 대답하신다. "저는 교사 자격이 없어요." 그럼 나도 거의 이렇게 말씀 드린다. "그건 저도 알아요." 당황하신 선생님께 나는 이렇게 말씀드린다. "저도 자격 없는데 목사 하잖아요. 그건 그렇고 갑자기 그만 두고 싶으신 이유가 뭐에요?"

그러면 선생님께서 장황하게 설명하신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 많이 했어요.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나고, 거리에서 비슷한 또래 학생을 보면 가슴이 설레고, 토요일 저녁이면 주일 아침 만날 아이들 생각에 잠도 잘 못자고 그랬어요." 정말 그러셨던 것 같다.

선생님은 말씀을 이어가신다. "그런데 요즘은 기도도 잘 안하고, 이름도 기억하기 어렵고, 토요일 저녁에는 반응 없는 아이들을 만날 생각하면 답답해서 잠을 못자요." 그거 나도 잘 안다. 출장 가신 선생님 대신 소그룹에 들어갔다가 시간이 안 가도 너무 안 가서 고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생님들 참 귀하시다. 아이들 앞에 식어 버린 마음으로 서는 것을 못 견디는 거다. 우리 엄마가 어떻게든 따듯한 밥 챙겨주시려고 애쓰시던 것처럼, 우리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을 전해주고 싶으신 거다. 처음처럼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더이상 못하겠다 하신다. 너무 사랑하면 다 그만 두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제자들. 부르심을 받고 3년 동안 예수님과 동거했던 그 사람들. 어쩌면 말투, 표정, 행동, 주로 사용하는 단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처리 방식 등등 모든 것이 예수님을 닮아가기 시작했을 그 사람들. 예수님이 어찌나 좋았던지 목숨을 걸고 따르겠다고 장담하던 사람들. 그들이 모두 도망쳤다.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에 제자들에게 찾아가신다. 디베랴 바닷가에도 찾아가신다.

옛 생활로 돌아간 제자들에게 말씀하신다. "요즘 잘 지내?" "밥은 먹고 다녀?"
손수 준비하신 음식을 나누신 후에 물어보신다. "베드로, 너 나 사랑하지, 여전히?" 베드로가 대답한다. "네. 주님, 주님 많이 사랑해요." 그 때, 주님 말씀하신다. "내 양을 잘 부탁한다." 주님은 제자들이 자신의 연약함 때문에 부끄러울 때, 가장 힘이 없을 때, 더 이상 자부할 것이 없을 때, 바로 그 때, 동역자로 부르신다.

힘이 없고 부끄럽다면, 지금이 주님께서 당신을 교사로 부르시는 순간이다.

<다세연 대표ㆍ숲속샘터교회 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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