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주여, 제가 종입니까?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6년 06월 30일(목) 09:56

지난 해 수입산 쇠고기와 육우를 한우인 것처럼 속여 판 서울시내 한우판매 업소 57곳이 적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적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미스테리 쇼퍼(mystery shopper)' 주부단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해 연말 "2015년 10개월간 20명의 주부들이 손님을 가장해 매장을 방문, 서비스를 평가하는 미스테리 쇼퍼로 활동하며 서울시내 한우판매업소 618곳을 기획점검하여 이 같이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서비스 수준을 체크하고 개선할 점을 기업에 제안하는 신종 직업인 미스테리 쇼퍼는 매장 환경이나 서비스 등 전반 사항을 평가해야 하므로 꼼꼼한 계획성과 관찰력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평가를 위한 객관성과 함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 치밀함도 요구됩니다. 현대사회가 복잡다변화되면서 매장 서비스를 강화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순기능적 측면이 있는 반면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미스테리 쇼퍼는 자칫 객관성을 잃은 평가로 부당 해고나 억울한 시정명령 등 피해를 입는 역기능적 측면도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소위 백화점 매장에서 직원들을 무릎 꿇게하는 갑질문화의 이면엔 '진상'손님이 미스테리 쇼퍼일지도 모른다는 직원들의 의구심도 작용했을거란 지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일반 기업들을 대신해 미스테리 쇼퍼를 고용하고 보고서까지 작성해주는 미스테리 쇼핑 산업은 일찍이 미국에서 시작됐는데, 최근에는 총매출액이 거의 6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미국 내 고용된 미스테리 쇼퍼의 수는 15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미스테리 쇼핑 업체들은 자신들의 보고서가 "직원들에게 상을 주거나 인센티브 용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처벌이나 해고의 수단으로 악용되어선 안될 것"이라 강조하지만 이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판매하는 상품을 내 가족이 쓴다면', '내가 일하는 직장의 대표가 나라면', '직원이 내 자녀라면'과 같은 '주인의식'만 있으면 해결될 일인데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태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신입사원 면접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한 면접관이 면접지원자 사이를 지나면서 슬그머니 휴지 한 조각을 떨어뜨리고 나선 지원자들을 관찰했습니다. 떨어진 휴지를 주워 치우는 지원자가 있으면 그를 기억해서 면접 평가서에 표시한다고 합니다. 이 또한 면접 대기자들의 '주인의식'을 체크하는 일종의 돌발 테스트가 아닐까요?

달란트 비유에서 신실한 종이란 주인 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종임을 강조합니다. 주인이 멀리 여행을 떠났을 때 진짜 일꾼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주인이 보고 있든말든 여전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묵묵히 행하는 자가 신실한 종입니다.

상대가 미스테리 쇼퍼든 '진상'손님이든 누구이건 간에, 또 수용하기 힘든 당혹스런 요구를 할지라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하는 일꾼이 주인의 신뢰를 받지 않겠습니까?

예수께서는 우리가 주를 믿고 진리이신 당신 안에 거하면 우리가 "참 제자가 되고, 진정 자유케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착하고 충성된 종이 될지, 악하고 게으른 종이 될지는 결국 주인의식에 달려있습니다. 주인의식을 가진 충성된 종으로 살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게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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