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평화의 길

[ 논단 ]

김가은 장로
2016년 06월 29일(수) 11:45

김가은 장로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회장ㆍ서울성남교회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고, 그후 71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현직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했다. 

당시 한국인 피폭자는 7만 명에 달했는데 이중 4만 명은 사망하고 3만 명 정도가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생존자 중 7000여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버겁고 힘든 삶이었지만 그들은 한국땅에서 생명을 이어오며 인류가 만들어낸 재앙의 공포를 증언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기, 체르노빌 사고 30주기를 맞는 해다. 수년 혹은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땅은 회복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며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사고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는 현재 핵 무기와 핵 발전 등으로 항시 피폭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인류가 핵 앞에 얼마나 무기력한지 우리는 수차례 목격해 왔다. 핵 발전 에너지에 의존해 사는 그 누구도 피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는 없다.

하나님은 순차적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은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우리에게 주셨지만 우리는 그것을 아름답고 온전하게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자본의 힘을 토대로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얻기 위해 절대로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을 만들고 널리 보급해 왔다. 그 거대한 욕망은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으며 만질 수도 없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천천히 인간의 삶과 터전을 황폐화하고 있다. 

핵 문제에는 핵을 없애는 것 외에 다른 답이 없다. 필자는 한국교회가 핵 없는 안전한 세상을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하고, 탈핵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처음 세상을 만드시고 매우 좋아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케 해드리는 한 방법이라고 행각한다. 하나님이 만드신 생명과 평화를 우리는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세계 크리스찬 여성들이 1974년 국제회의를 열었을 때 한국인 원폭피해자 문제를 보고해 세계 여성들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 후 원폭 피해자 돕기 운동을 지속하면서 실태조사, 치료비 및 생계비 지원, 교육비와 장학금 후원, 나아가 반핵 반전 평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원폭 피해 2세인 고 김형률 씨(2005년 사망)의 2세 환우들의 고통이 본격적으로 제기됐으며, 이들을 위한 법률제정운동과 실태조사에도 힘을 쏟았다. 2009년엔 원폭 피해자 2세들의 쉼터를 경남 합천에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교회여성연합회는 지금도 반전, 반핵, 평화 운동을 펼치며 원폭 피해자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5주기, 체르노빌 사고 30주기를 맞아 한국교회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핵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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