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학 新 지식인을 찾아서 <6> 독일 개신교 신학자 라이너 알베르츠 교수

[ 연재 ]

배희숙 교수
2016년 06월 21일(화) 16:35

라이너 알베르츠(Rainer Albertz)는 독일 개신교 신학자이다. 1943년 5월 2일, 정치가이자 훗날 베를린 시장을 역임한 목사 하인리히 알베르츠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972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클라우스 베스터만(Claus Westermann)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1977년 교수자격을 취득한 후 하이델베르크 대학(1980~1983)에서 구약과 고대근동 종교사를 중점으로 교수하다가 지겐 대학(1983~1995)과 뮌스터 대학(1995~2008)의 부름받아 구약학 교수로 봉직했다.

교수 생활 초기에는 독일성지연구원에 출강하고, 지리학자와 함께 하는 성지답사를 추진하였으며, 일 년 간 예루살렘 영면교회(Dormitio Abbey)에 있는 신학과정에서 강의하는 등 성지교육에도 깊이 관여하였다.

세계적 구약입문서 및 전공서가 된 대작 '이스라엘 종교사'(Religionsgeschichte Israels in alttestamentlichen Zeit, 1992;  1994 영어, 1999 스페인어, 2004 한국어, 2005 이탈리아어, 2006 그리스어)로 알베르츠 교수는 현대 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석학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방법론과 그 성과에 있어서 구약신학에 한 획을 그었다는 찬사를 받고, 1995년에는 성서고고학회(Biblical Archaelogical Society)가 부여하는 최고의 저서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구약성서 안에 담겨있는 신앙고백들을 철저히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배경 속에서 논의함으로써 우리를 고대 이스라엘 세계 그때 그곳으로 안내한다. 알베르츠는 이스라엘 종교의 역사적 발전을 하나님의 빛에 비추어 해석하는 한편, 이스라엘 신앙의 독특성을 고대근동이라는 환경 속에서 밝혀냄으로써 그때까지 신앙고백적 차원에 머물렀던, 다소 건조한 구약신학을 숨결과 피가 흐르는 하나님의 살아있는 역사로 되살려낸 것이다.

알베르츠 교수는 신학의 지평을 확장하고 학제 간 대화와 소통을 적극 추진하는 학자에 속한다. 그는 뮌스터 대학으로 옮긴 후 바로 '고대 오리엔트의 종교와 문화사 연구를 위한 학제간 연구팀'(AZERKAVO)을 구축하고 38명의 교수진(개신교 및 카톨릭 신학, 고대 역사, 고전 철학, 고대 오리엔트학, 이집트학, 고고학, 비잔틴학, 사회학)과 연구원들의 동역을 이끌어 내면서 신학과 고대학문 분야와의 대화를 가능케 하였다.

"고대근동종교의 사회적 기능"이라는 주제로 수행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탄생한 책이 바로 '포로시대 이스라엘'(Die Exilszeit. 6. Jahrhundert v. Chr, 2001; 2003 영어, 2006 한국어, 2009 이탈리아어)이다. 이 책에서 알베르츠는 단순히 신학이념의 발전에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당시의 연구상황과 결과는 물론 고대근동 자료와 고고학 연구 결과들과 대화하면서 포로시대 역사를 재건해 내고 방대한 양의 성서본문들을 기술의 대상으로 삼아 그동안 암흑기로 정의되어 온 기원전 6세기 바벨론 포로시대의 정치, 사회사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 책은 포로시대를 가장 폭넓게 다룬 책이라는 평을 받고, 알베르츠 교수는 2003년 뮌스터 대학으로부터 연구상을 수상하였다.

알베르츠 교수는 뮌스터대학 우수클러스터(Exzellenscluster)의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독일 대학의 연구능력과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독일연구재단의 프로젝트에서 뮌스터 대학은 독일 전 대학의 경합을 거쳐 2008년 1월 1일부터 2015년까지 "현대와 전근대의 정치와 종교"라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알베르츠 교수는 2008년 은퇴식에서 "Senior Professor"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얻는다. 이 연구결과로 출판된 여러 책 가운데 대표적으로 제자인 뤼드거 슈미트(R?diger Schmitt)와 함께 펴낸 '고대 이스라엘과 레반트의 가족과 가정종교'(Family and Household Religion in Ancient Israel and the Levant, Winona Lake 2012)를 들 수 있다.

알베르츠 교수의 학문적 여정은 은퇴로 중단되지 않았다. 은퇴와 더불어 그는 오경연구에 주력하게 되는데 이는 그때까지의 오경연구가 여러 가설로 성서독자를 혼란시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신학자로서의 책임을 절감한 데서 출발한 것이다. 오경 전문가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오경 형성 가설들의 합의점을 찾고자 노력하는 중에 이미 취리히 성서주석 시리즈로 두 권으로 된 출애굽기 주석서(2012, 2015)가 나왔고, 약 30개의 본문 연구를 통해 발전시킨 오경형성의 새 이론의 결과물들은 곧 세상의 빛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알베르츠 교수는 교회에 사회에 애정을 가진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역교회에서 다년간 장로와 교회의 공적책임을 위한 위원회의 위원으로 봉사하였다. 이러한 적극적인 교회 활동은 알베르츠 교수가 신학을 교회(를 위한) 학문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신학은 교회와의 살아있는 관계를 반드시 필요로 해야하며, 그래야만 신학이 이론적인 놀이로 퇴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특히 13년 동안 교회의 '평화모임'에 참여하면서 알베르츠 교수는 매년 기독교인의 정치적, 에큐메니칼적 책임을 위한 주제를 정하고 이 과제를 실천해왔다. 최근에 이 사역은 실질적인 난민돌봄으로 구체화 되었다. '세상 지킴이로서의 인간'(Der Mensch als H?ter seiner Welt, 1990)과 '부정의에 대한 분노'(Zorn ?ber das Unrecht, 1996)와 같은 작은 책들은 이러한 구체적인 교회 활동에서 성장한 책이다.

그는 사회공동체에 대한 신학자의 역할 또한 잊지 않았다. 뮌스터 대학으로 옮긴 다음 해인 1996년부터 그는 포럼을 창설해 교회가 직면한 현 시대의 도전에 개신교가 내는 목소리를 뮌스터 지역사회에 공개하는 신학자의 사회적 과제를 실천해 왔다.

알베르츠 교수다 책에서는 역사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 뿐만 아니라 성서 이스라엘에서 활동한 다양한 신학자들도 만나볼 수 있다. 역사에서의 하나님의 활동을 성서 이스라엘의 다양한 신학자들의 신학활동으로 조명하는 그의 성서해석 때문이다.

그는 탁월한 성서해석으로 우리를 성서세계로 데려다 주는 네비게이션일 뿐만 아니라 동역을 통해 신학의 지평을 넓히고, 성서에서 기독인의 사회적 책임을 발견하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하는 신학자로서 모든 신학하는 이들의 교회적, 사회적 기능과 책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의 이러한 활동은 은퇴한 이후 하이델베르크로 돌아와 그곳 구약학 모임에 참여함으로써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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