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료 의향서 1

[ 연재 ]

최영아 내과의
2016년 06월 16일(목) 10:20

요즘 인터넷 상에서 사전의료 의향서란 단어를 볼 수 있다. '사전의료 의향서(事前醫療意向書)'란 일반인들에게 무척 낯선 용어일 것이다. 물론 선진국에서는 'Advanced Medical Directives'라 하여 우리나라보다는 좀 더 일반화된 용어를 사용한다.

사전의료의향서란 우리 각자가 죽음에 임박하였을 때, 어떤 치료는 하고 어떤 치료는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표현을 우리 각자가 죽음에 임박해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렵기 전에 미리 밝혀 놓는 서류를 뜻한다.

환자들은 장기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대개는 집이 아닌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다. 이는 단순히 장소 이동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만큼의 비용발생을 의미하고 죽음의 모든 과정에 의료팀이 개입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긴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처럼 종종 긴 병을 가진 가족을 돌보다가는 재산을 탕진하고 온 가족이 다 같이 어려워져 아픈 가족을 버리는 현실이다. 이에 대한 마땅한 제도나 대안이 없어 답답한 실정이다.

의료인들은 현대의 훌륭한 첨단 의료기술을 누구에게나 다 아무런 조건 없이 시행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런데 거기에 발생하는 비용을 환자나 가족이 감당할 수 없다.

만일 생명연장을 위한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나이나 기존 질병의 많음, 열심히 해도 예후가 안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환자나 보호자의 재정적인 상황으로 인해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생명 연장을 소홀히 한다면 법적으로 살인죄가 성립될 때도 있고, 실제로 살지죄로 재판을 받은 예도 있다.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각종 약물을 사용하면 이미 사망한 사람의 호흡과 심장의 박동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사망선고는 심장박동이 멈춰야 할 수 있다. 심장은 살렸는데 의식은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뇌사상태란 자기 의식이 없고 의사소통은 안되나 심장박동이 남아 있는 경우이다. 이런 상태는 종종 장기간 계속되기도 한다. 이는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매우 커짐을 의미한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무의미한 생명의 유지를 중지하고 싶어도 가족이나 의사에게는 생명을 중지시킬 법적 권한이 없다. 최근 우리나라 대법원에서는 그러한 생명의 유지를 중지시킬 권한은 사망자 본인에게만 있다고 판결했다.

사망할 당시에는 약물 치료, 중독 등으로 환자 자신은 명확한 자기의 의사를 밝힐 능력이 없기 쉽다. 따라서 앞으로 죽음에 이르러 그러한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하여, 정신이 명료한 지금 미리 자기의 의사를 적어 놓고, 이를 가족에게도 알리고 후에 그러한 상황에서 치료하는 의사에게 알려, 무의미한 생명의 연장을 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 사전의료의향서의 취지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회에 더 설명하겠다.

최영아/도티기념병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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