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격려의 여정 '1004 마일'

[ 기고 ] 총회 임원단을 맞이하며

서진교 목사
2016년 06월 16일(목) 10:12

8년째 영국에 머물고 있었지만 지난 5월 17일부터 29일까지는 꿈 같았다. 그동안 신문 지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우리 교단 총회장과 부총회장 그리고 제100회기 총회 임원들을 직접 만났기 때문이다.

영국은 흔히 북유럽의 강국이요, 선진국 대열의 1순위로 꼽히는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영국에는 선교사가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영국에서의 생활을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영국에서 선교하는 선교사들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고난을 감내하고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은 고국의 교회들과 단절된 외로움이다. 물론 이것은 모든 선교사들이 겪는 공통된 감정이겠지만 특히 런던에서 한인교회를 담임하는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교단 총회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일단 머무는 장소가 선진국이고 지금 섬기는 교회가 교단 소속으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교단에서 아예 배제된 존재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영국생활을 해 왔다.

그런데 지난 한 주간 동안 이러한 나의 생각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것은 본 교단 제100회기 총회 임원단의 헌신적인 발걸음과 따스한 돌봄 때문이었다. 총회장님과 임원단은 영국에서 지난 5월 19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동안의 짧은 일정을 보내고 돌아가셨다.

그 분들은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스코틀랜드로 이동하여 스코틀랜드장로교 총회에 참석하고, 웨일즈에 있는 하노버교회에서 토마스 선교사 순교 150주년 기념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다시 다시 런던으로 내려와 영국 연합개혁교회(URC)본부 총회를 방문하는 공식 일정을 감당하셨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공식일정 사이사이마다 에딘버러, 버밍엄, 웨일즈, 브리스톨, 런던에서 한국 선교사와 목회자들을 진심어린 환대로 만나주셨고, 작고 외로운 한인교회들을 찾아가 뜨겁게 기도해 주시며 따스하게 격려해 주셨다.

런던에서 스코틀랜드로, 스코틀랜드에서 웨일즈, 웨일즈에서 다시 런던까지 무려 1000마일이 훨씬 넘는 긴 여정을 다니시면서 외롭고 힘든 선교사와 한인목회자들을 방문하고 위로하고 격려해 주신 이 여정을 나는 '1004 마일'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는 영국에 살면서 평소 영국 전역을 여행해 봤기 때문에 7일 간의 일정이 그들에게 얼마나 빡빡한지 잘 알고 있다. 평균 연령이 60세가 넘은 임원들이 좁은 밴에 몸을 싣고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그리고 잉글랜드 전역을 다녀야 하는 여정을 소화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일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 놀란 것은 그 일정 외에도 가는 곳마다 지역 선교사들을 직접 만나서 손을 잡아주고 기도해주며 격려해 준 일이다. 시간적으로나 거리적으로 그 일은 진심이 없으면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고된 노동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총회장 채영남 목사는 선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직접 말씀하셨다.

"우리의 공식 일정은 총회참석과 방문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펼치시는 선교사님을 뵙고 격려하는 일이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총회장님의 그 음성이 아직까지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제100회기 총회 임원단의 마지막 일정은 런던 방문이었다. 우리 교단과 MOU를 체결한 URC 본부 방문 및 회의가 공식일정이었다. 그 후 그들의 행보는 당연히 런던 투어와 쇼핑일색일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영박물관과 웨스터민스터 사원을 잠시 견학한 후 그들이 방문한 곳은 내가 몸담고 사역하고 있는 런던의 코리아타운이라 할 수 있는 뉴몰든이었다. 게다가 지금 본당 증축을 준비하고 있는 작고 작은 우리 교회였다. 깜짝 놀랐다. 겨우 50여 명 앉을 수 있는 본당 좌석 절반을 그들이 채웠고, 작은 교회를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 주었다.

사실 나는 이민교회의 사역에 많이 지쳐있었다. 그런 나를 위해 내 조국 대한민국으로부터 하나님께서 특별한 천사들을 보내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회장님은 아직 젊고 경험 없는 나를 꼭 안아주었고, 임원들은 다함께 통성으로 교회를 위해서 진심어린 축복기도를 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늘어난 성도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성전 증축을 위해서 아낌없는 헌금도 해 주었다.

나는 꿈을 꾸는 듯 했다. 영국에 온 이래 지난 8년간 고국의 총회와 담을 쌓고 지냈는데 그 담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이번 100회기 총회 표어인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의 사역이 만리타역 영국 땅, 고단하고 지치고 외롭던 내 안에서 실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참 감동적이었다.

허울과 명분뿐인 총회인줄 알았는데, 이번 100회기 총회 임원단의 행보는 2000년 전, 사도행전 속에 그려진 바울의 사역을 연상케 했다(행 20:1~2절). "소동이 그친 뒤에 바울은 제자들을 불러오게 해서, 그들을 격려한 뒤에 작별 인사를 하고, 마케도니아로 떠나갔다. 바울은 그 곳의 여러 지방을 거쳐 가면서 여러 가지 말로 제자들을 격려하고 그리스에 이르렀다."

내 눈에 비친 히드로 공항을 출국하는 100회기 총회 임원단의 뒷모습은 날개 없는 천사들이 분명했다. 나는 그들의 방문을 일컬어, '화해와 위로를 일구었던 1004마일의 발걸음'이라고 부르고 싶다. 하나님이 보내주신 그 천사들의 여운이 아직도 내가 섬기는 예배당안에  가득하다. 그로인해 지금 이곳에서의 사역이 더없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2016년 5월 29일 주일저녁, 런던 갈보리교회 담임 서진교 목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