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청둥오리의 비밀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6년 06월 16일(목) 10:09

지난 주엔 지방에 사는 40년 지기 친구 딸 결혼식엘 다녀왔습니다. 주말 교통 사정을 감안해 기차를 이용했는데 역에서 내려 예식장으로 걸어가는 중에 주변을 살펴보니 온통 음식점과 주점, 카페가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 인근에 위치한 대학교 때문인 듯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방이나 학업과 관련된 시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학교 담장을 중심으로 성ㆍ속(聖俗)이 나뉘어져 있는 듯 했습니다.

세계대학랭킹센터(CWUR)에 따르면 지난 해 전세계 대학랭킹 100위 안에 든 국내 대학은 서울대학교(24위)와 연세대학교(98위) 단 2곳입니다. CWUR 100위 이내 대학의 수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55개)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어 영국 일본 각 7개, 스위스 프랑스 각 4개, 이스라엘 캐나다 각 3개, 한국 중국 네덜란드 독일 호주 각 2개였습니다.

언젠가 일본 출장 중에 윤동주 시비가 있는 교토의 동지사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주변 상권을 보고 "이곳이 대학가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막감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학교 주변에 흔한 음식점이나 찻집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주변은 어둡고 오직 교내 도서관 불빛만 빛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상아탑입니다.

그런 반면 지난 주말 지나친 대학가는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이곳이 유흥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업의 문이 점점 어려워져 한학기씩 졸업을 미루고 취업 준비를 하며 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 있는 학생들도 있지만 한편에선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대낮부터 술에 취한 학생들을 보며 기성세대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한국에 도래하는 겨울 철새 중 가장 흔한 조류가 청둥오리입니다. 가금화된 집오리의 원종으로, 집오리와 번식하여 잡종을 형성하거나 함께 무리를 이룹니다. 이들은 러시아, 일본 등지에서 번식하고 가을에 한반도로 날아와서 겨울을 보냅니다. 러시아에서 날아온 청둥오리가 집오리들과 함께 군락을 이뤄 지내다가 저녁이 되면 집오리를 따라 같이 우리로 들어오면, 주인이 야생 청둥오리의 양 날개에서 깃털을 하나씩 뽑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날개에서 바람이 새어 날지 못한다 합니다. 마치 양력 조절이 안되는 비행기와 같다고 할까요?

몸에서 깃털이 빠진지도 모르고 겨우내 집오리들과 함께 다니며 주는 모이를 먹고 편안하게 지내다 이들은 봄이 되어 다시 고향으로 날아가려고 하지만 몸도 비대해졌고 날개에서 바람이 새어 날지를 못합니다. 부지불식 간에 빠진 깃털 하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결국 날지 못하고 마는 것이죠. 교문을 나서면 유혹하는 온갖 세속문화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추락하는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항상 깨어 기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신앙 생활을 게을리 해선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 날개의 깃털과 같은 것입니다. 기도를 한 두 번 쉬어도 괜찮을 듯 하지만 사탄은 우리의 허점을 알고 공격해 옵니다. 편안함과 배부름에 도취돼 깃털이 뽑혔는 지도 모르고 있다가 고향으로 날아가지 못한 청둥오리를 보면서, 본향을 사모하며 그 곳으로 독수리 날개치듯 올라갈 그날을 위해 항상 깨어 기도하는 믿음의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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