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개를 돌보며 찾은 자활의 꿈

[ NGO칼럼 ]

김대양 목사
2016년 05월 31일(화) 15:54

대구광역시외 위치한 '새 살림 공동체'는 노숙인들이 자활을 하기 전에 머무르며 자활을 준비하는 기관으로 궁극적으로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는 기관이며 노숙인 자활 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입소하는 분들은 노숙생활을 오래 하다 입소를 의뢰하는 분들이 대부분으로 입소문의 후 쉼터내방, 입소상담, 입소결정과 입소 등의 절차를 거쳐 한 식구가 된다. 입소한 뒤에는 대부분의 입소자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면서 점차 사회인으로 적응해 나간다. 그런데 입소자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입소를 위한 상담을 하는 단계에서부터 많은 분들이 우울증을 격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실직, 또 사업실패 등과 함께 시작된 가족과의 단절, 그리고 자기를 지지하던 많은 사람들과 관계가 단절된 이후 혼자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다가 우울증돌 빠지게 된다.

입소상담을 할 때 보면 목숨을 버리려 하다가 마지막으로 들렀다는 분들도 있고, 손목에 자해한 흔적이 뚜렷한 분들도 있으며, 술로 세월을 보내다 몸과 마음이 지쳐서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서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쉼터에서 지내는 동안 우울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는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이분들이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울증 치료가 무엇보다 급선무다. 그래서 우울증 치료를 위해 고민하던 어느 날 입소자들이 쉼터건물에 둥지를 틀고 지내는 길 고양이와 친하게 지내면서 웃는 모습을 보았다. 이때 생각하기를 '아하! 그렇구나. 아저씨들이 고양이와의 관계를 통해서도 웃을 수 있구나'였다.

큰 깨달음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길 고양이라 그런지 쉼터 주위를 많이 어지럽힌 다는 것. 어지럽히는 방법도 다양했다. 고양이들이 공동체 건물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어떤 때는 보일러실에 들어가서 아무렇게나 '실례'를 하기도 하고 물건들을 물어 뜯는 등 난장판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고양이는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저씨들에겐 보물이었다. 아저씨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데 쫓아낸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오다가 몇 년 동안이나 노숙인 자활 쉼터인 새 살림 공동체에서 함께 즐거운 동거를 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나비'라고 이름도 지어줬다. 아저씨들이 일을 갔다 들어올 때면 언제나 "나비야~" 부르며 고양이를 찾는다.

얼마 전에는 강아지도 한 마리 입양했다. 영천에 사는 동료목사가 기르던 개가 새끼를 낳아서 한 마리를 분양해 주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새로 오면서 이제 고양이와 개가 아저씨들의 친구가 되었다. 개 이름은 영천 고경에서 데려와서 '고경'이라고 지었다.

말하자면 '영천 고경댁'이다. 아저씨들이 일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고경아~"라고 하면 꼬리를 흔들면서 맞아준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일을 갔다 오면서 고경이의 간식도 챙겨서 온다. 우울증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고양이와 개가 일조를 하는 셈이다. 쉼터에 지내는 분들 모두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자활을 통해서 활짝 웃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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