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사회를 위한 즐거운 상상력

[ NGO칼럼 ]

황병구
2016년 05월 17일(화) 15:15

일전에 살핀 바와 같이 비정부기구(NGO) 또는 비영리기관(NPO)의 가장 근본적인 지점은 공익지향인가 사익추구인가에 대한 구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익지향의 조직 또는 개인을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사업양식과 생활양식은 가능한가라는 질문 또한 유의미하다.

일반적으로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고, 공공성을 지향하는 일들은 이른바 재미 면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그간의 평가가 우리를 부담스럽게 한다. 그러나 요즘 말로 '노잼' 아닌 '꿀잼'에 해당하는 과정을 상상할 수 있다면, 이 길을 걷는 이들을 조금 더 격려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나 선교단체는 물론 사회운동과 교육, 복지, 시민사회를 불문하고 '사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일종의 정돈된 명분과 가치, 미션, 비전 등은 조금 딱딱하고 무겁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조직의 리더나 지도부의 연령대나 문화가 가진 경직성으로부터 온 것들이긴 하다.

그러나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사역과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천편일률적인 헌신이나 희생적 삶에 대한 강조보다는 이러한 삶이 잔치와 축복이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즐거운 상상력이 더욱 필요하다. 과연 비영리, 공익분야에서 이러한 접근이 가능할까?

보문동 지역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급식사역을 하는 한 민간단체에서는 후원자들과 함께 생일, 자녀백일, 결혼기념일, 회갑 등 축하잔치를 여는 대신 그 기쁨을 노숙인들에길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하객들은 배식봉사에 참여하는 방식을 수년째 계속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이 대열에 즐거이 동참하고 있다.

청년들이 앞장서고 있는 한 해외 구호단체에서는 대형 호텔들에서 폐기물로 버려지는 욕실용 비누들을 후원금과 함께 수거하여 구호지역에 전달하는 일들을 기획하여 실행 중이다. 한편, 결혼식이나 축하행사에서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폐기되는 꽃들을 전달받아, 플로리스트 강습재료와 연결하고 여기서 다시 단장된 꽃바구니와 꽃다발로 호스피스병동이나 요양병원 등에 위로와 격려의 이벤트를 벌이는 창의적 단체들도 있다.

앞선 선배 세대가 눈물의 호소로 후원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구하여서 사역과 사업을 진행했었다면, 다가오는 후배 세대에서는 의미와 재미가 겸해지는 보람있는 동참모델을 찾아내고 전파하는 진일보한 풍경을 보여준다.

누군가를 향한 극진한 사랑과 자원의 부족은 엄청난 창의성을 발휘하는 동기이자 환경으로 작용한다. 이제 우리는 자원의 부족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이끄는 이웃을 향한 극진한 사랑의 부족을 성찰해야할 때이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향한 극진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성육신과 십자가를 손수 감당하셨던 것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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