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사회, 피로 교회, 피로 목회자와 성도

[ 논설위원 칼럼 ]

채은하 교수
2016년 05월 17일(화) 15:14

몇 년 전 한국인 철학자(한병철)가 독일에서 '피로 사회'라는 책을 펴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 시대를 '성과 시대'라 칭하고, 지나친 성과와 성공에만 몰두한 결과 가장 큰 병인 '피로'와 '우울'을 생산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는 대신 사색과 영감과 휴식의 가치를 역설했다. 굳이 이 철학자의 관찰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피로 사회에 살고 있음을 공감하고 있다. 한국 교회도 한국 목회자도 한국의 성도들도 피곤하다! 참으로 피곤하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부족과 결핍의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그 시간은 참으로 길었고 20세기는 더 더욱 그러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잠 잘 곳도 부족했다. 채울 것이 없는, 한 마디로 가진 게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채워 넣어야 했고 달성해야 했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할 만큼 성과와 성공에 목말라 했다.

지난 세기 한국 사회, 한국 교회는 헝그리 정신으로 충만했던 시기였다. 때문에 어르신들은 요즘 젊은 세대의 헝그리 정신의 부재를 한탄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 까닭에 한국 사회는 놀랍게 변했다. 세계가 놀라고 부러워하고 있다. 모든 영역에서 '과잉'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만큼 우리는 넘치는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목표와 기준은 언제나 상향 조정되어서 누구도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피로한 사회에 살게 되었고 피곤에 쪄들어 있다. 교회도 목회자도 성도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그것에 대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다. 한번 속도를 내면 가속화되어서 멈추기가 어렵듯이 우리 사회도 그렇게 내달리면서 극도의 피로를 토로하고 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창조하신 후 처음으로 하신 일이 쉬는 일이었다. 그 쉬는 날을 축복하셨고 거룩하다고 명하셨다(창 2). 십계명에서도 가장 길게 설명한 계명이 안식일과 그 날의 규정이다(출 20).

또한 그 옛날에 안식일과 안식년과 같은 제도를 통해 인간과 동물과 땅의 쉼을 논의했다는 것은 쉼과 안식의 가치를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도 그 당시 로마의 치하와 종교적 의무감이 가득한 시대에 이렇게 외치셨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쉬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이 시대의 우리들, 많은 경우 쉬는 일이 사치로 느껴지기도 한다. 최단 시일에 최고의 업적과 성과로 잔치를 벌였던 우리 사회, 우리 통합측 교단 교회만도 8천여 교회가 넘고 기독교 전체 인구가 1000만명이 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고 채워야 할 것이 많다고 느낀다. 그러나 영육간의 곤고함이 결코 작지 않기에 우리 사회는 피곤하다. 우리 교회도 피곤하다. 우리 목회자와 성도들도 많이 피곤하다.

이즈음 창조주께서 선포하신 쉼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성과나 업적만의 가치가 아니라 사색과 침묵과 쉼의 가치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힐링과 쉼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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