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평론과 기업문화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05월 03일(화) 14:46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어느 유명 요리평론가에게 고급 레스토랑을 하는 친한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평론가인 친구가 자신에게 호의적인 칼럼을 써 주기를 기대했다. 이 친구의 기대는 옳은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문화권 별로 나뉜다. 

보편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권에서는 공정한 규칙을 중요시한다. 규칙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므로, 친한 친구의 레스토랑이라고 할지라도 평론가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칼럼을 써야 한다. 지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호의적인 사람은 보편주의 문화권에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반면 특수주의 문화권에서는 규칙보다는 관계가 중요하다. 친한 친구라면 나에게 더없이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규칙이 무엇이든 친구를 위해 좋은 평론을 써야 한다. 

보편주의는 주로 기독교 문화에서 나타난다. 기독교에서는 보편적 진리인 성경에 순종함으로써 하나님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예수님 외에 어떤 매개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문화권에서는 주관적 관계보다 객관적 규칙을 수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특수주의는 가톨릭과 기타 종교의 문화권에서 나타난다. 이들 종교에서는 인간과 신 사이를 중재하는 매개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계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기업의 경영 방식 역시 속한 문화에 따라 적지 않는 영향을 받는다. 보편주의 문화권에서는 주어진 규칙을 조직 전체에 적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사고방식은 기업이 글로벌화하면서 어느 정도 당위성을 가진다.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를 전세계의 고객에게 제공하고, 다양한 자회사를 일관성 있게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편주의적 문화는 효율성에서 특수주의에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특수주의 문화를 무조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최근 국내시장에서 철수한 한 글로벌 보험사의 경우 본사에서 개발한 개인 성과보상 시스템을 한국 자회사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려다가 노조와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공동의 업무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고유 문화를 무시한 것이 화근이었다. 반대로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회식 참여를 통해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하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회식은 개인과 가족을 중요시하는 서방 문화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지나치게 하나의 규칙을 보편화하려 하면 조직과 시장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계적 기업이라면 다양한 문화를 폭넓게 인지하고 경영에 반영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크리스찬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문화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진 스스로 무엇이 자사의 핵심 가치인지 정의하고, 그것이 성경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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