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 아버지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6년 05월 03일(화) 14:25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육상 400 미터 준결승전에 선수들이 스타트 라인에 서 있었습니다. 그 중엔 강력한 우승후보인 영국의 육상선수 데렉 레드몬드(Derek Redmond)도 있었습니다.

그는 19세 때 이미 영국 육상 400 미터 신기록을 세운 유망주였습니다.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도 참가했지만 경기 시작 불과 10분 전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5번의 수술과 재활훈련 끝에 마침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무대에 다시 출전한 것입니다.

'준비' 신호 총소리와 함께 힘찬 출발 이후, 그는 많은 선수들 중에서 선두로 나섭니다. 그러나 그는 중간 지점에서 갑자기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절뚝거리기 시작했고 결국엔 경기장 바닥에 쓰러집니다. 의료진이 다가서자 그는 응급치료를 거부하고 일어나서 다시 절뚝거리며 뛰기 시작합니다.

진행요원이 달려와 만류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계속 달립니다. 그 때 한 남자가 관중석에서부터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 옵니다. 레드몬드의 아버지였습니다. 차마 아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볼 수가 없어 달려온 것입니다. 진행요원에게 본인이 레드몬드의 아버지임을 밝히고 그에게 달려가 부축합니다. "아들아, 아버지 여기 있다!"

레드몬드가 눈물을 쏟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묻고 아들은 "끝까지 가겠다"고 절규합니다. "그래, 같이 가자" 아버지는 아들의 절뚝거림에 보조를 맞춰 묵묵히 함께 뛰기 시작합니다. 아버지의 부축을 받게되면서 그의 기록은 공식적으로 인정될 수 없게 됐지만 그는 끝까지 완주합니다. 경기장의 6만 5000명의 관중들은 레드몬드 부자의 레이스를 보며 기립박수로 환호하며 격려합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쓰러지면서 '이제 입상은 힘들지만 이 경주를 마치는 건 나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아팠지만 뛰고 싶었습니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 나를 붙잡아 준 건 나의 코치이자 가족인 아버지였고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분도 지금까지 나와 함께 뛰고 함께 땀 흘려온 아버지 '오직' 한 분이었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인 장면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아들의 고통을 차마 볼 수 없어서 그 고통에 동참하고자 관중석에서 트랙으로 뛰어들어 온 아버지, 전 세계가 감동하고 기억하는 멋진 아버지입니다. 가정의 달, 어버이 주일을 앞두고 부모님 은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는 아버지가 계십니다. 레드몬드처럼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좌절했을 때 일으켜 세워주며 함께 하는 아버지, 물론 멋지지만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도 우리를 위해 당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신 하늘 아버지, 그 분 말입니다.

날마다 숨쉬는 공기, 없으면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것처럼 그토록 우리를 사랑하시는 아버지를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진 않는지요.

그 아버지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손을 내밀며 "네가 선 그 곳, 비록 어렵고 힘겨운 곳일지라도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며, '일어나 함께 가자'고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온 맘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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