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불러본 '그 이름'

[ 목양칼럼 ]

박상기 목사
2016년 05월 03일(화) 14:15

한 영혼이 주님께 돌아오는 일은 결코 인간적인 노력이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관계나 권면이 믿음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어도 믿고 거듭나는 것은 오직 성령의 감동으로만 되는 것임을 성경이 증거하고 또 우리의 경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말 쉽게 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전혀 신앙과 거리를 두고 사는 분들도 있고, 바늘도 안 들어갈 것처럼 보이는 분들이 의외로 쉽게 복음을 받아들이는 경우만 보더라도 구원하는 역사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의지에 달려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교회 안수집사인 김 집사님은 100세가 된 어머님이 계시다. 어머님은 노령에도 불구하고 동네마실을 다니시고, 며느리인 허 권사님보다 건강도 좋으시다고 들었다. 이런 어머님을 전도해 보려고 기도하며 노력해도 완고하고 주관이 강하셔서 아들 내외는 날마다 울쌍이다. '이제 그만큼 연세를 드셨으면 인간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식들 따라 믿음가지고 신앙생활 하실 법도 한데 대체 어떤 분이시길래 그렇게 완고하실까' 궁금했다.

어느 날 어머님이 누님 댁에 계시다 폐렴이 심해져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심 병문안을 통해 전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병실에 들어서는 순간 듣던대로 눈에서 총기가 느껴졌다. 며느리인 허 권사님이 "우리 목사님이세요"하고 소개하자 깍듯하게 영접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평소에도 반듯하게 사신 것을 알 수 있었다. 귀도 얼마나 밝으신지 우리가 조용히 나누는 소리도 민감하게 알아차리시고 반응하시는 것이 전혀 100세 고령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몇 마디 안부를 전한 후 본격적으로 예수님을 전하고 믿음을 권면해 드렸다. 그런데 그렇게도 예의가 바르시던 분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면서 마치 벽에다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동안 영적인 싸움을 하다가 절대로 그냥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듣든지 안듣든지 일방적으로 복음을 전했다. 이내 긴 침묵이 깨졌다. "이 나이에 믿긴 뭘 믿어. 나는 내가 모시고 있는 것이 있어"라며, 기도해 드리겠다는 손도 뿌리칠 만큼 강직한 태도를 보이셨다.

하는 수 없이 어르신 손을 반 강제로 붙잡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다. "할머니 꼭 예수님을 믿고 천국 가셔야 합니다. 예수님이 할머니를 사랑하세요"라고 마지막 당부를 남기고 돌아서려는 데 순간 할머니는 뜻밖의 질문을 하셨다. "예수님이 누구예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뒤돌아 서서 "할머니, 지금 예수님이 누구냐고 물으셨어요?"라고 되물었더니 역시 "그런데 예수님이 누구신가요?"라고 같은 질문을 하셨다. 필자는 예수님을 알기 쉽게 소개해 드렸다. 그랬더니 예수님을 영접 하시겠단다. 이제 아들 내외와 믿음을 합하겠다면서 입에서는 '예수님'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내 한마디 한마디 또렷하게 따라서 예수님을 영접하냐는 확신 질문에도 똑똑히 대답하셨다. 예수님을 영접한 후에는 거짓말처럼 표정도 밝아지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해지고 부드러워져 다른 사람같았다. 예수님의 생명이 들어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영혼을 구원하고 돌아오는 내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마음 속으로 "주님, 오늘 한 건 했습니다. 기쁘시죠?"라는 고백과 함께 뿌듯한 마음이 밀려왔다.

일생을 사는 동안 지금껏 단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던 '그 이름', 아니 100년 만에 불러본 '그 이름'. 그 짧은 순간 급속도로 마음의 문이 열리고, 그 영혼이 생명의 빛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 앞에서 새삼 '예수의 이름이 가진 권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름의 권세가 크고 위대하다는 것을 고백하며 오늘도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고 하신대로 예수님의 름을 부르는 모든 자들에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