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지혜로 쓰나미를 예견한 모켄족

[ 땅끝에서온편지 ] <4> 바다의 집시 모켄족

홍경환
2016년 04월 29일(금) 10:12

태국교단과 함께 진행한 '안다만미션프로젝트'는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지역들을 방문하며 구호사역과 더불어 교회를 개척하고 복음을 전하는 사역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팡아도(都)의 카오락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피해지역들을 오가며 구호 물품과 함께 예수님을 전했다. 또한 큭칵 마을에는 한국의 S의료원에서 보내어 준 의약품으로 의사들과 함께 의료캠프를 설치하여 찾아오는 환자들을 치료해 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호 및 전도 사역들은 주로 남캠마을에서 진행되었다. 남캠마을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마을로서 2000여 가옥이 대부분 피해를 입었다. 해변에서 가까운 집들이라 중장비로 일하기가 어려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곳이었다. 그리고 수년간 이 일을 거의 도맡아 감당한 이들이 바로 한국교회 단기 선교팀들이었다. 그야말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었지만 선교팀들은 행여 비가 와서 일하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며 마을의 무너진 마을의 복구를 도와주었다.
 
태국 공영방송인 I-TV는 방송으로 모금한 기금으로 재해민들을 위한 150가구 마을을 건립하고 피해지역 사람들을 이주시켜 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마을이 우리가 계약하고 교회를 건축하려는 부지 바로 옆에서 터를 닦고 건축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께서 전도하라고 우리에게 맡겨주신 마을이었다. 마을 공사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 탁아소에 이어 방무앙교회도 차례로 완공되었다. 그리고 이 마을 주민들은 아침 저녁마다 만나는 주 전도대상자들이 되었다.
 
태국 북부에는 카렌족과 라후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들이 산에서 살고 있지만, 태국 남부에는 바다집시족(Sea Gypsies)이라고 불리 우는 모켄족(Moken Tribe)이 바닷가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보통 산호초 지대의 얕은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지만 건기에는 배를 타고 먼 바다까지 나가 고기를 잡는다.
 
태국의 모켄족은 세계에서 가장 시력이 좋은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평균 시력은 자그마치 9.0이다. 13세기 징기스칸이 세계를 정복할 때 지평선에 나타난 말을 탄 이들이 적군인지 아군인지를 티베트와 몽골의 유목민들이 구별함으로 그들의 시력을 4.0~5.0 정도로 보는데, 모켄족은 수평선에 있는 배가 어떤 배인지를 분간할 정도라고 한다.
 
모켄족이 세상에 더욱 알려지게 된 것은 2004년 말 쓰나미로 인해서이다. 쓰나미를 피해 살아남은 부족으로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쓰나미는 이들에게 전설로 내려오던 대재앙이었다. "잔잔하던 바다가 갑자기 물러나면 큰 파도가 돌아와 섬을 삼킬 것이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쓰나미가 있던 날, 그들은 조상 대대로 전해져온 바다에 대한 탁월한 예견으로 해일이 닥칠 것을 짐작하고 모두 산으로 대피하여 한사람도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인명을 구하기까지 했다. 반면 휴양지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던 많은 외국인들은 그들 스스로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였다. 인류가 자랑하던 많은 지식과 문명이 그들을 구하지 못하였지만 자연을 아는 지혜 한가지만으로도 그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말레이반도 해안을 따라 조금씩 북상하며 해안 및 도서지역에 정착해온 이들이 20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태국에서 살고 있지만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주거 및 교육환경이 모두 낙후되어 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의 언어로 된 성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이 성경을 통하여 그들이 오랫동안 신으로 섬겨온 수평선의 빛나는 그 큰 얼굴이 바로 바다와 온 우주만물을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이신 것을 알게 되기를 기도한다.  

홍경환 선교사
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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