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투고>다시 봄, 기억과 진실의 길

[ 오피니언 ] 세월호 2주기를 맞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4월 19일(화) 13:48

꽃비가 내리는 사월의 꽃들은 쉼 없이 피고 지고 또 피고 있다. 필자는 4월 첫 주말에 광주에서 시민상주들과 함께 안산 분향소 및 단원고 순례를 다녀왔다. 가족들과 함께 걷고 걸었다. 분향소가 마련된 안산 화랑 유원지 곳곳에 진달래와 산수유가 꽃망울 머금고 있다. 단원고 운동장 모퉁이에 벚꽃나무에는 이파리들이 여리고 투명한 연둣빛을 머금고 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학생들이 친구들과  멋지게 사진을 찍었던 그곳에 서있을 때 눈가를 촉촉하게 스며드는 슬픔의 시간이다.
 
세월호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역사이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인줄 알았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은 수백만의 가슴을 찢어놓은 참사가 되었다.  
 
2년전 4월은 세월호 자체였다. 세월호 침몰은 한국사회가 이미 가라앉기 시작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처절하게 드러낸 참사다. 정의를 짓밟고 진실을 왜곡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최우선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돈이나 권력은 인간의 생명보다 앞설 수 없다.
 
모든 인간은 그자체로 자유롭고 평등한 것이다. 우리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다시 살기위해 저항과 연대를 했다.
 
저마다 기억하는 정도와 기억하는 내용은 다르지만 수학여행을 가던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별이 되었다는 아린 기억이다. 이러한 기억을 사회적 기억이라고 한다. 
 
우리교단은 교회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을 근거로 현수막을 걸었다. 그리고 아픔과 슬픔을 같이했다. 그것은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수없이 했다. 이말을 기독교식으로 '회개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행동하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와  책임자 처벌 등 노력을 했지만 제대로 된 것은 없다. 아직도 세월호 속에 미수습자 9명이 있다.
 
학생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교사 양승진, 고창석 그리고 일반 승객인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님이다. .
 
총회에서 아홉명의 미수습자를 교회 주보에 기록하고 기도하고 있다. 기도의 내용은 세월호 인양을 조속히 하는 것이다. 세월호 인양은 배가 뭍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미수습자 가족을 찾는 것이다. 훼손과 유실없는 온전한 선체 인양이다. 미수습자 가족은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가족의 주검을 찾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과 겨울로 어느덧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진도 팽목항에서는 매일을 4월16일로 살아가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기다림이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민낯을 보았다.
 
우리는 목격했다. 검은 바다에 진실이 가라앉는 것을 보았다. 또한 돈의 사슬에 양심이 묶이는 것을 확인했다. 상실과 애통으로 그리고 분노와 저항으로 존엄과 안전이다.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며 정의를 세우기 위한 실천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다시 봄이다. 시간의 파도에 기억이 쓸려가고 있는 듯하다. 기억은 점점 엷어지고 있다. 단순한 시간의 흐름으로 잊어가는 것은 아니다. 기억을 방해하는 움직임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진실과 정의의 세월호 봄은 멀기만 하다. 다시 봄이다. 세월호의 기억으로 생명의 소중함과 진실과 정의길 함께손을 잡고 기도하며 움직이는 것이다.

장헌권 목사
광주 서정교회
총회 사회문제대책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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