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6년 04월 12일(화) 15:29

온 국민을 판타지 로맨스의 세계로 빠트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열풍에 수많은 여성들이 '심쿵(심장이 쿵쾅쿵쾅거린다는 뜻)' 중이다.

매회마다 잘생긴 남녀 주인공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달달 멘트를 쏟아내는데 그 특유의 '오글거림'에 민망하다가도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라는 쫄깃한 대사에 설레지 않은 여성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이처럼 농담과 진담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여심을 흔들고 있는 이 로맨틱한 드라마가 작가의 의도든 아니든 군인정신 투철한 주인공 덕분에 애국심 충성 희생 등의 감정을 부각시키며 '국가의 역할'에 대해 묻곤 한다.

클라이맥스는 청와대 안보수석이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갱단에 납치된 여주인공의 구출작전을 보류하면서다.

위험에 처한 여자친구를 구해내야 하는 군인 신분의 남자친구는 "개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국가라면 문제가 생기면 어때? 국가가 뭔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라고 정부에 일침을 가한다.

뒤이은 장면은 더 환상적이다. 상황을 파악한 대통령은 "인질은 무사하고 문제는 정치와 외교고, 그럼 그건 제 책임입니다. 모든 책임 제가 집니다. 국민을 무사히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돌아와준 것도 고맙습니다"라고 진심을 전한다.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리얼' 판타지다. 모두가 꿈꾸는 현실과 다른 세상.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보냈다. 300여 명의 희생자들이 있었고 아직도 9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2년 째 "진실을 밝히고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내지만 국가는 여전히 진상규명에 무관심하고 책임자도 물론 없다.

오직 '개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국가'만 남아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