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관전 포인트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04월 12일(화) 13:57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총선 공약으로 '양적완화를 통해 침체한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제안이 정치권으로부터 나왔다. 내용인즉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이나 주택담보대출증권(이하 MBS)을 매입해 경제에 필요한 자금을 돌게 하자는 것이다. 통화량 또는 금리 목표를 위주로 시행되는 전통적인 통화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 공약을 크리스찬들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첫째, 양적완화의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직접 민간 채권을 매입한다면, 돈이 좀 더 빠르게 시중으로 흘러가 경기를 회복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돈을 푼다고 해도 사람들이 투자할 마인드가 없고 소비할 생각이 없으면 그 돈이 다시 저축되어 금융기관에 되돌아오게 된다. 또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의 거품을 만들어 경제 전반의 위험을 키우고, 향후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우리 경제가 과연 양적완화가 필요한 상황인지 좀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양적완화는 예외적인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되었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신용카드와 모기지 채권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자, 이를 연준이 대신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유럽과 일본은 기준금리가 0%에 근접해 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이 소진되자 추가적 정책수단으로 양적완화가 시행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5%로 아직 추가 인하의 여력이 있다. 그런데도 통화정책의 근간을 흔들면서까지 정부와 한은이 민간 채권시장에 개입할 당위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양적완화를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성장 활력이 높은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할 만큼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성장산업이 있을까? 만약 그렇다 해도, 이것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재정정책의 영역이다. 

셋째, 크리스찬으로서 양적완화와 같은 팽창적 정부 정책을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이 인수할 수 있는 채권은 국채와 정부보증채다. 정부가 산업금융채권과 MBS를 추가로 보증해 줄 경우 국가채무가 대규모로 증가하게 된다. 그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시중에 넘치는 자금은 한계기업을 연명시켜, 오히려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기간의 저금리는 자원의 배분을 왜곡해 건전한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다. 경제도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고 지속가능한 경제시스템을 일궈내는 것은 신앙인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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