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리스도의 길, 세속의 길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4월 04일(월) 15:10

오는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요즘 각 교회 앞 마다 '기독(민주)당'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교회 앞의 기독당 현수막은 그 교회의 교인은 물론 그 앞을 지나는 비교인들에게도 교회가 기독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유권자들의 중론이다.
 
현수막에 적혀 있는 정당의 정책 문구가 일반적인 기독교인이나 시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고, 이는 다시 교회들에 대한 반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데서 그 문제가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회자는 "'국방개혁-핵 위협엔 핵 보유가 답'이라는 우리 교단의 신앙고백과 동떨어진 내용의 현수막을 보면서 누가 사랑과 평화의 예수님을 생각하겠느냐"며 "선거공보물이라 마음대로 뗄 수도 없어 선관위에 민원을 넣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수막에 대해 기자가 지난 3월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통상적인 정당 홍보 활동이라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이에 관련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번 4ㆍ13 총선에 등록한 기독교정당은 기독자유당, 기독민주당, 진리대한당 등 세곳. 지난 1월29일 발기인대회를 한 기독자유당은 지난 2004년부터 기독당을 이끌었던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주축이 된 정당으로 최근에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인사들이 기독자유당 주최 행사에 참여해 논란이 일었으나 단체 차원의 공식적인 지지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진리대한당의 공약집을 보면, 대영제국, 로마제국이 세계를 지배했듯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세계를 지배,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각 종교마다 각자의 청을 두어 종교재판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러한 기독교 정당 난립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는 최근 논평을 통해 "먼저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받아라. 그렇지 못하면 또 다시 세상에 웃음거리가 되고 지지해 준 유권자들에게 낙심을 안기지나 않을까 그것이 두렵다"고 비판했다.
 
2000년 전 세속적인 권력을 취하지 않고 죽기까지 희생한 예수 그리스도의 길과 세속적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선거에 뛰어든 기독정당의 길은 적어도 기자의 눈에는 다른 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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