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의 빛인가?

[ 논단 ]

손영호 목사
2016년 03월 30일(수) 10:11

손영호 목사
광주양림교회 원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 412~323 B.C.)는 누더기 옷을 입고 굴러다니는 통 속에서 개처럼 금욕적으로 살았다하여 '견유학파(犬儒學派, Cynics)'로 불린다. 그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아테네 시가를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이라며 야유했지만, 그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정직하고 참된 사람이 안 보였던 것이다.

그런 디오게네스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어찌했을까? 그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밤낮으로 휘황찬란한 거리를 등불을 켜들고 다니며 뭐라 말했을까? 거리만이 아니라 수백 수천 명이 모이는 교회당에 들어가 통로를 기웃거리고, 말씀을 전하고 있는 강단을 바라보면서도 그는 '사람이 안 보인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 많은 교인들이 모여 있는데, 그 유명한 설교자들이 말씀을 외치고 있는데, 사람이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문제가 심각하다. 디오게네스만이 아니라, 주님도 그러실 것같으니 말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목회자의 문제다. 물론 가슴을 치며 애타게 기도하며 하나님만 섬기는 순수한 주님의 종들이 대부분이지만, 10%도 안 되는 사람들이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교회가 자리를 잡고 부흥하면 그들은 노회장을 꿈꾸고, 노회장을 하고 나면 힘을 더 키워서 총회장이 되려 한다. 개혁교회인 한국교회가 오랜 세월 동안 이 큰 고질병을 고치지 못하고, 해마다 각종 선거에선 알 수 없는 뒷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당선에 영향을 끼치고 안 끼치고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불의를 가볍게 여기며 때로는 즐기기까지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인데도 당선되면 하나님의 은혜요 영광이라고 잔치를 열어 승리를 구가한다면, 그걸 지켜보시는 하나님은 무슨 마음이 드실까?

자신의 영광을 위하여 으뜸이 되려했던 디오드레베(요삼 1:9~11) 같은 사람만 많고, 다른 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세움을 받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대체 자신의 영광을 위한 자리가 '엘리 엘리 라마 사박 다니'를 부르짖으며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그런 사람이 수장이 되고 또 그렇게 되기를 소원하는 사람들이 줄서 기다리는 가운데, 더 이상 못 견디고 떠나가는 성도들, 교회를 등지는 청년들, 또 문 닫는 교회들의 소리가 쉼 없이 들려온다. 주님이 피 흘려 세우신 교회의 리더들이 이런 상황 가운데에도 자리에 집중하고 있다면, 도대체 한국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최근 총회 연금재단 문제만 봐도 그렇다. 그 맡은 자들이 목사요 장로였는데도 함께 아파할 줄 모르고 총회의 결정에 따르기를 거부하며 회원 모두에게 고통을 더한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겠는가. 한국교회는 얼마나 더 타락해야 그 바닥이 드러날 것인가. 이제 일부 교회 지도자들에겐 회개마저도 사치스러운 것 아닌가. 어찌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그리 떳떳하게 할 말을 한단 말인가?

필자는 곱고 아름답던 우리교회, 온 세계가 부러워하던 아름다운 빛을 지닌 한국교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사회에선 부정을 저지르면 적은 금액이라도 자리를 내놓지 않던가? 그런데 우리는 온 우주를 비추기 위해 오신 예수님이 우리를 세상의 빛으로 세우시고 강단에서 약자와 복음을 듣지 못한 자들에게 빛을 전하게 하셨는데, 자신의 욕심에 이끌려 살며 얼굴을 꼿꼿이 쳐들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 이러고도 과연 우리가 세상의 빛일 수 있겠는가? 아니면 빛이기를 이미 포기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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