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의 교훈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03월 22일(화) 16:35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근로자에게 있어서 기업의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일까? 급여를 많이 주는 것일까, 아니면 다양한 자기 개발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맘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좋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일까? 다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업이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매출과 이윤을 창출할 때 가능해 진다. 어찌보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야 말로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연비 조작 파문 전까지만 해도 폭스바겐은 독보적인 경쟁력과 품질을 갖춘 기업이었다. 폭스바겐의 대표적인 차종인 '골프'를 보자. 이 자동차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량 중의 하나이지만, 대중적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골프의 국내 판매가는 비슷한 사양의 준중형급 국산 차보다 50% 이상 비싼 3천만 원 대 중반이다. 독일 현지에서도 비교 대상 수입차들보다 30% 이상 비싸다. 이렇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골프가 한 해 100만 대 이상 팔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수한 품질에 있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상쇄할 만큼 품질이 좋다고 인정했기에 골프는 쟁쟁한 경쟁차들을 제치고 '베스트셀링 카'에 오를 수 있었고,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폭스바겐이 대중차 분야에서 높은 품질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우수한 인력과 안정된 노사관계'에 그 원천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창업자인 포르셰와 최근까지 경영에 관여했던 창업자 후손들, 그리고 최고경영진까지 모두 뛰어난 엔지니어들이었다. '폭스바겐 종사자들의 혈관에는 기름이 흐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업 내 뚜렷한 엔지니어 문화가 존재한다. 

또한 폭스바겐에는 근로자를 매우 중요시하는 문화가 존재하는데, 여기에는 폭스바겐만의 특수한 기업구조가 작용했다. 폭스바겐의 근로자들은 운영회의라는 조직을 통해 수시로 종업원의 의견을 수렴해 경영진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이사회에도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임원을 파견한다. 이와 같이 근로자의 경영 참여가 일상화된 구조를 기반으로 폭스바겐 내부에는 노사 간에 강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 위기 시에는 근로자가 희생에 동참하고 경영진은 고용안정을 우선시했다. 또한 유연한 근무환경과 다양한 능력 개발 기회를 제공해 폭스바겐은 모범적인 노사관계의 상징이 됐다. 안정된 직장에서 숙련된 직원들에 의한 생산 작업은 폭스바겐 차량의 내구성 강한 품질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번 연비 조작 사태 이후 폭스바겐은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과 천문학적 벌금을 감당하기 위해서 인력감축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만약 인력 감축이 현실화된다면 폭스바겐을 지탱해온 기업과 종업원 간의 신뢰는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 부작용은 대규모 차량 리콜과 벌금보다도 더 치명적일 것이다. 

폭스바겐의 사태가 어떻게 진정될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번 사태는 정직하고 투명한 경영이 단기적 경영 전략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장기적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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