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학 신 지식인 지도>"하나님의 사랑대로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 목회·신학 ] 미국 예일대 진 아웃카(Gene Outka) 교수의 '기독교 사랑의 윤리'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6년 03월 21일(월) 18:07

진 아웃카 교수의 제자 장신대 이창호 교수 
"아웃카는 기독교 윤리학계의 아가페 윤리 담론을 위한 근본적인 토대를 매우 효과적으로 닦은 세계적인 학자"

미국 예일대의 기독교윤리학 명예교수인 진 아웃카(Gene Outka)는 한스 프라이(Hans Frei)와 조지 린드백(George Lindbeck)의 계보를 잇는 후기자유주의(혹은 예일학파)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명이다. 후기자유주의의 흐름에 충실한 학자답게 기독교 전통, 특히 종교개혁 전통 안에 자신의 학문적 기반을 두고 현대 사회와 문화의 변화와 도전, 그리고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하고 또 대화하고자 하는 입장을 취한다.

이러한 학문적 방향을 기본으로 하여 기독교와 비기독교 윤리의 소통을 위한 공동의 기반 모색, 아우구스티누스와 키에르 케고르, 칼 바르트에 대한 신학적 측면에서의 윤리적 탐구, 기독교 사랑에 관한 윤리적 분석 등을 주요 연구 과제로 삼아 왔다. 이 가운데서도 진 아웃카에게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이며 또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연구영역은 '기독교 사랑의 윤리'이다. 

이 영역에서의 대표적 산물이 바로 그의 저서 '아가페'이다. 인간 사랑의 모범으로서의 하나님의 사랑, 기독교 사랑의 본질과 내용 그리고 정당화의 근거, 보편적 아가페와 특수 관계들(우정, 연인, 부부, 부모ㆍ자녀, 동료 신자 관계, 동족 관계 등) 사이의 관계성, 자기사랑의 문제, 사랑과 정의의 관계성 등 '사랑의 윤리'라는 영역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탐구와 토론 주제들을 망라하고 있는데, 아웃카는 이로써 기독교 윤리학계의 아가페 윤리 담론을 위한 근본적인 토대를 매우 효과적으로 닦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아웃카의 대표적인 비판가들 중 하나인 보스턴대학의 가톨릭 윤리학자 스테판 포웁(Stephen Pope) 같은 학자도 아웃카의 기독교 사랑에 대한 근본적 이해는 현대 기독교 윤리학계에서 지배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아웃카는 기독교 사랑을 '동등배려'(equal regard)라고 규정한다. 

기독교사랑의 본질을 자기희생으로 보았던 이전의 이해를 넘어서서 아가페를 동등배려로 개념화 하면서 기독교 사랑의 본질과 내용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고 또 많은 이론과 비평적 성찰을 불러 일으키면서 값진 공헌을 해오고 있다는 평가인 것이다. 본 기고에서는 동등배려로서의 사랑 개념을 초점으로 하여 기독교 사랑의 본질적 특징과 정당화의 근거 등을 살피고 아웃카의 사랑의 윤리가 한국교회의 사랑의 삶에 던지는 몇 가지 윤리적 교훈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동등배려로서의 사랑은 크게 두 가지 본질적 속성을 갖는다. 먼저 '동등'은 사랑의 범위와 대상에 대한 가치평가에 관한 것으로, 사랑의 범위의 관점에서 모든 인간을 포괄해야 한다는 도덕적 명령을 내포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존재라면 어느 누구든지 차별 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배려'는 사랑의 행위자의 헌신에 관한 것이다. 이는 사랑의 삶을 살고자 할 때 대상으로부터의 대가나 반응을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일방향성'을 규범적 특징으로 삼는다. 대가와 반응에 좌우되지 않으며 또 사랑 그 자체가 목적이기에 최선을 다대 사랑했건만 그 대상으로부터 돌아오는 것이라곤 적대적 반응뿐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지속적으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아웃카의 인간 사랑에 관한 이러한 이해는 하나님 사랑에 그 본질적인 근거를 둔다. 곧 하나님 사랑이 인간 사랑의 모범이 되는 것이다. 특별히 그는 신중심적 틀에서 하나님 사랑을 해석하는데, 하나님은 창조자로 또 섭리자로 모든 사람을 그 사랑의 품에 품고자 하신다. 

여기서 아웃카는 하나님 사랑의 본질적 특징을 포괄성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그 사랑의 품에 모든 인간을 품고자 하신다면 우리의 사랑도 하나님 사랑에 상응하여 '모두'를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 보편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아웃카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은 대상에 대한 가치판단을 뛰어넘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자 하신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이 사랑은 대상에 대한 자격심사를 초월한다(unqualified). 자격을 갖추었기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 보유 여부에 대한 판단을 뛰어넘어 사랑하신다는 말이다. 하나님의 본성이 사랑이시기에 곧 하나님은 사랑 자체이시기에 그렇게 사랑하실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사랑이 이러하기에, 그 사랑은 대상에 대한 가치판단에 좌우되는 사랑이 아니라 초월하는 사랑이다. 

요컨대, 가치판단이나 자격심사를 뛰어넘는 하나님 사랑을 모범으로 삼아 이웃 사랑의 삶에서 우리는 대상에 대한 가치평가에 근거하여 사랑의 의도나 강도, 사랑의 지속성 등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인간' 곧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인간이기에 사랑한다. 모든 대상을 차별 없이 사랑하되, 대상이 갖는 가치와 대가나 반응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자기희생적 헌신으로 지속적으로 또 끝까지 사랑한다. 이것이 기독교 사랑의 규범적 본질인 것이다.

아웃카의 사랑의 윤리가 한국 교회의 사랑의 삶에 던져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아웃카의 '동등배려'에 담긴 도덕적 명령에 응답하여 일관성 있게 또 온 정성을 다해 사랑하되, 대가나 반응을 초월하여 모든 인간을 차별 없이 사랑하고자 힘써야 할 것이다. 선교나 봉사의 이름으로 이웃을 사랑하면서 교회가 이해타산적(利害打算的) 의도, 곧 이만큼 주었으니 적어도 이 정도는 돌려 받아야겠다는 식의 의도를 갖는다면 이는 분명히 기독교 사랑의 본질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하나님 사랑이 이웃 사랑의 모범이 된다는 점과 둘 사이에 연속성이 있다는 점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둘 사이의 구분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특별히 '하나님을 사랑함'과 '이웃을 사랑함' 사이의 '차이'를 적절하게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대상을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함'을 실천 해야겠지만, 그것이 하나님 사랑의 유일한 길이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 구별은 절실하다. 사랑하기에 예배드려야 할 대상은 오직 하나님이시지,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는 이웃을 충실하게 사랑함으로 하나님 사랑의 계명을 성실하게 실천함과 동시에, 오직 하나님만 받으셔야 할 예배를 최선을 다해 드림으로써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 온전한 사랑의 질서를 세워가야 할 것이다.

▲ 장신대 이창호 교수

이창호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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