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기독교 전수조사

[ 논설위원 칼럼 ]

탁지일 교수
2016년 03월 17일(목) 10:52

부산성시화운동본부는 지난 3일 '부산기독교 교회 전수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단을 제외한 총 39개 교단, 1801개 교회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2016년 1월 16일 현재), 이는 부산지역 전체 1,856개 교회의 98.5퍼센트에 이른다. 현재까지의 통계들 중, 가장 신뢰할만한 자료로 평가된다.

부산광역시 인구 351만 4842명 중 기독교인은 40만 5343명으로, 11.5%로 조사되었다. 전수조사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10% 미만일 것으로 알려져 왔었는데, 한반도 땅 끝, 불교의 땅 부산에서 기독교가 꾸준히 성장해온 것을 조사결과는 보여준다.

교세는 합동(477교회, 14만 6986재적교인), 고신(298교회, 9만 6162재적교인), 그리고 통합(269교회, 7만 907재적교인) 순으로 나타났다. 세 교단의 교세가 비슷할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합동의 교세는 통합의 두 배에 달했다.

부산은 교회사적으로, 항상 기독교 중심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땅 끝'이었다. 해방 전 기독교의 중심이었던 평양으로부터도 가장 먼 곳이었고, 해방 후 새로운 기독교 중심이 된 서울로부터도 가장 먼 곳이었다. 부산은 전통적인 '불교의 땅'이며, 구한말이후 외국과의 '교류의 땅'이 되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피난의 땅'이었다. 뿐만 아니라 통일교와 하나님의교회 등을 비롯한 수많은 이단들이 발흥한 '이단의 요람'이고, 복음화율은 전국 최저이다.

그나마 자발적인 복음전도를 통해 부산복음화가 시도되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교세에 이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점진적인 복음전도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한국전쟁 시기에 온 한반도의 기독교인들을 일시에 부산으로 모으셨다. 한국전쟁은 민족적인 비극이었으나, 한편 부산지역 기독교 성장의 전환점이었다. 이 시기에 세워진 피난교회들이 현재 부산지역 기독교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전수조사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전통적인 중심지역들(금정구, 동래구, 부산진구, 연제구 등)의 교세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흥개발지역인 해운대구가 206교회(총 212교회), 7만 5549재적교인으로 가장 높은 교세를 보여주고 있다.
해운대구 기독교세의 급성장을 보면서, 유인인구를 통한 성장은 아닌지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유입인구를 통한 성장은, 새신자의 증가보다는 수평이동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입인구를 통한 교세성장보다는, 복음전도를 통한 부흥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적 고민을 부산지역 교계가 시작해야할 필요성자 제기된다.

전수조사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조사결과에 대해 느끼는 점들이 있다. 첫째, 교회사학자로서 향후 지역교회사 관련 후속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소중한 일차자료가 생산되었다는 점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자체보고에 의존하는 교단별 통계나 이단사이비단체들도 포함하는 정부주도 인구센서스의 한계를 넘은 이번 전수조사의 결과는 지역 복음화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 마련을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통합 교단의 목사로서 합동과 고신과 통합의 황금분할 지역이라는 기존의 인식오류를 바꿔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본 교단의 상대적 약세를 보면서 교파 간 경쟁이나 수평이동의 관점이 아니라, 지역 복음화를 위한 전도에 본 통합 교단이 사명감을 가지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반성의 마음이 든다.

셋째, 부산에서 가장 기독교 성장이 두드러진 해운대구 사례를 보면서 이단연구가로서, 교회부흥의 때가 곧 이단발흥의 때라는 교회사적 흐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신흥개발지역이고, 유동인구 밀집지역이며 경제력과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전통적 질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해운대지역이 신천지, 하나님의교회, 구원파 등 주요 이단들이 주요 활동 거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수조사가 부산지역 복음화와 이단대처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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