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스템도 경쟁한다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03월 09일(수) 14:01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역사적으로 유럽은 경제 체제 간의 경쟁이 가장 적나라하게 이뤄진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뉘어, 어느 시스템이 우수한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 시스템 경쟁의 중심에는 서독과 동독이 있었다. 각 체제의 '모범생' 역할을 맡은 양 국가는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 전 분야에 걸쳐 양보 없는 경쟁을 펼쳤다. 결국에는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 되면서 패자가 되었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의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의 정권도 무너졌다.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에도 유럽에서는 경제 체제 간 경쟁이 계속됐다. 과거의 경쟁이 폐쇄적이고 외부에 보여주기 양상이었다면, 현대의 경쟁은 생산요소의 이동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더 집요하게 진행됐다. 즉, 자본과 인력이 더 우수한 경제 시스템을 찾아 이동하면서, 각국 체제에 대한 개혁의 압박이 심화한 것이다. 

특히 유로화라는 단일통화 도입은 체제 경쟁의 변곡점이 됐다. 자본이 더 높은 생산성을 찾아 순식간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체제 간 경쟁을 가속화한 것이다. 최근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이들 국가의 경제 체제를 신뢰하지 못한 자본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 자본은 남유럽 국가들에게 '효율성과 경쟁력을 갖춘 독일과 같은 북유럽 국가의 경제 시스템으로 개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로화 도입 이전에는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시스템 간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연금제도와 실업급여 등 사회복지제도에는 각 국가의 역사와 사회적 특성이 반영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 유럽의 제도는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명제 하에 하나의 방향으로 통합되는 추세에 있다. 

경제 시스템의 경쟁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도 시장의 신뢰를 잃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뼈아프게 체험했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 경제의 건전성이 의심받자 자본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체제를 더 효율적인 체질로 개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많은 경제 정책적 노력들도 이러한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체제 간 경쟁의 끝은 어디일까? 정확히 예단할 수 없겠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성경은 일단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체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몸담은 이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는 심각한 도덕적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심화하는 빈부 격차와 소외계층의 발생, 과도한 소비문화와 물질지향주의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하나님의 피조물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있다. 
정작 심각한 것은 체제 경쟁에 따른 문제들은 구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그 해결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경제 체제가 어느 방향으로 경쟁하고 있는지, 그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인지,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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